"전술 앞세운 튼튼한 조직력"… 지역 축구 발전 희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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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앞세운 튼튼한 조직력"… 지역 축구 발전 희망을 봤다
지역 축구 전문가들이 바라본 ‘U-20 대표팀 결승행’ ||이유는 황태현.김정민.엄원상 광주.전남 3인방에 ‘특급칭찬’ ||자신감 넘치고 팀워크 좋아 우승 가능성도 낙관 전망
  • 입력 : 2019. 06.12(수) 19:48
  • 최황지 기자

광주·전남 출신 3인방이 활약하고 있는 한국 U-20 축구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36년 만에 4강 진출이란 대기록을 넘어 사상 첫 결승행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에 지역 축구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지역 축구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20세 이하의 축구대표팀의 선전 원인은 무엇일까. 지역 축구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탄탄한 조직력'을 꼽았다.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현재 선수들의 조직력과 팀워크가 상당히 좋다. 상대팀에 따라서 정정용 감독이 전술적인 변화를 잘 꾀해서 승리를 가져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강선 호남대 축구팀 감독도 "예선부터 본선까지 올라갈 수록 선수들의 수비 형태가 매우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며 "본선으로 올라가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상승세의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광주·전남 출신 세 선수 활약에 대해서도 특급 칭찬이 이어졌다. 현재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전남 광양제철고 출신인 황태현, 광주 금호고 출신인 김정민·엄원상은 그라운드에서 전천후 활약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황태현(안산 그리너스 FC)은 이날 준결승을 포함한 전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광양 제철중학교에서 황태현을 지도한 이제승 광양제철고 축구팀 감독은 "황태현의 축구 스타일은 궂은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우측 윙백에서 뛰면서 수비를 안정적으로 보호해주는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며 "주장으로서 선수단 내부가 지쳐있을 때 정신적으로 힘낼 수 있게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준결승에서 아쉽게도 김정민(FC 리퍼링)은 선발 출전하지 않았지만 이 대회 6경기에서 4선발 1교체 출전으로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최수용 감독은 "(김)정민이는 유럽에서 경기력을 많이 펼쳤기 때문에 확실히 플레이가 안정됐다"며 "결승 라인업을 속단할 순 없지만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나 팀 리드 상황에서 안정되게 경기를 마무리 지을 때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 유스로 현재 광주FC에 소속된 엄원상은 준결승에서 '후반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대회 1선발 5교체 출전으로 전 경기에서 뛰었다. 엄원상을 지켜본 기영옥 단장은 "엄원상은 다른 선수 보다 월등히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다"며 "현재 대표팀에서 후반전에 교체카드로 투입되며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있어 외국 팀에서도 눈여겨 보는 선수로 성장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광주·전남 출신 3인방의 활약이 지역 축구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영옥 단장은 "광주 프로축구가 창단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 데도 광주FC 유스(금호고) 출신 김정민, 엄원상 등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건 구단으로서는 매우 보람있는 일이다"며 "이런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면 어린 꿈나무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 축구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역 U리그(대학축구리그)의 발전 가능성도 높다. 이번 준결승 에콰도르전에서 전반전 결승골을 넣은 최준은 프로팀에 소속된 선수가 아닌 U리그 연세대 출신이다. 그는 이번 득점을 통해 전국 U리거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

김강선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U대회 출신 선수가 득점한 건 지역리그 감독으로서 굉장히 큰 자극제다"며 "대학 축구에서 발굴된 프로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활약하는 건 매우 보람있는 일이다. 훌륭한 선수를 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했다.

전문가들은 U-20 대표팀의 우승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기영옥 단장은 "전력이 약간 차이가 나더라도 단 한 게임으로 1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체력, 감독의 전술 등이 어우러진다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다"고 예상했다.

최수용 감독 또한 "20세 이하 대표팀이 예선전부터 강팀들을 많이 상대해왔다"며 "그러나 우리가 예선전에서 격파한 남아공-아르헨티나 등 세계적인 강호에 비하면 우크라이나는 한 번쯤 견주어 볼만한 상대다. 우승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제승 감독은 우크라이나의 전력 누수가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 주축 수비수 데니스 포포프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이 감독은 "상대팀은 중앙 수비수 퇴장으로 수비 조직이 헐거워진 상태다"며 "상대 수비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이강인, 조영욱 등의 공격수들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국 선수들이 11일(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4강전을 승리로 마치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