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총선, 세대교체 그리고 광주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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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2020총선, 세대교체 그리고 광주전남
  • 입력 : 2019. 03.25(월) 15:39
  • 홍성장 기자

2016년 20대 총선의 기억이다. 국민의당 '녹색 돌풍'이 광주전남을 강타했던 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는 원내 제1당이 됐지만, 광주와 전남에서는 국민의당에 완패했다. 민주당은 광주에서 7석 모두를 잃었고, 전남 13석 중 1석을 뺀 나머지 모두를 잃었다. 원내 1당의 지위를 얻었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으로서는 참담한 결과였다. '노무현 탄핵 열풍'이 불었던 2004년 17대 총선 때 보다 충격은 더 컸다. 2004년 민주당은 광주에서는 7석 모두를 잃기는 했지만, 전남에서는 5석을 건졌다.

2004년과 2016년은 상황이 같으면서도 조금 다르다. 2004년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실망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면, 2016년은 광주·전남 시·도민의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더 큰 이유였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다.

집권했든 그렇지 않든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에서는 사실상 여당이고, 집권당이었다. '민주당'이 갖는 힘과 영향력도 상상 이상이었다. 이 탓에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됐던 곳이 광주와 전남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암담했던 현실이다. 정치인들의 관심도 민심보다는 중앙당의 공천에 더 쏠렸다. 중앙당 역시 민심보다는 정치적 셈법에 따른 공천을 일삼았다. 광주와 전남의 민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우리' 탓도 있다. 광주와 전남은 '진보' 성향이 강하다는 곳이다. 특히 광주는 '민주주의의 성지'로 대변되는 대표적인 야성의 도시다. 하지만 민주당, 혹은 민주당의 '아류'가 사실상 여당이었던 광주·전남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역 민심은 진보라기보다는 오히려 보수에 더 가까웠다. 기득권을 좇는 '깃발정치', '줄서기 정치'가 난무해도 결국은 민주당을 택했던 광주와 전남이다. 유독 지역에서 진보의 기치를 들고나온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그닥 높지 않았던 현실도 같은 의미다.

다시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20 총선이다.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인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정치는 생물'인지라 정치지형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다만 지금의 상황을 뒤흔들 '이슈'가 없다면 광주와 전남의 민심은 다시 민주당에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

지역의 정치지형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는 광주와 전남 지역구 국회의원 20석 중 민주당 소속은 2석뿐이다. 선거제 개편이 진행 중이라 20석이 유지될지 줄어들지는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광주와 전남 지역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이 민주당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민주당의 '싹쓸이'도 전혀 불가능한 현실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민주당의 행보다.

광주와 전남의 정치판은 그동안 '세대교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 그닥 많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민심보다는 정치적 셈법이 앞섰던 '강고한 카르텔 구조'에 막혀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못했던 측면이 적지 않은 탓이다. 현재 광주와 전남 지역구 의원 절반가량이 3선 이상이고, '당선 가능성'만을 좇는 이들에 실망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분들의 지혜와 경륜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단순한 연령을 기준으로 한 인위적 세대교체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구세대'라고 무조건 배척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번 양보해도 지금은 '아니올시다'이다. '세대교체' , 거센 비판까지 감수하며 강조하고픈 이야기다.

다가올 총선, 광주·전남으로서는 '세대교체' '시대교체'의 절호의 기회다. 민주당의 현명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선택'이 전제이기는 하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절대적 우위'를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광주와 전남은 더 그렇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구태의 반복이 걱정스럽고, 민주당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기득권자들의 강력한 독과점이 아닌, 능력과 미래를 염두에 둔 민주당의 현명한 선택이다.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통로가 막혀 차세대 리더가 설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광주와 전남의 정치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터다.

우리의 몫도 빼놓을 수 없다. '구태정치'가 반복돼도 다시 맹목적으로 민주당을 좇는다면 뒤늦은 후회만 남을 뿐이고, 미래 역시 암담할 게 뻔하다. 더 무거워지는 어깨다. 광주와 전남이 더는 '깃발정치' '줄서기 정치'가 통하지 않고, 유독 '세대교체 바람'의 무풍지대가 아님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