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 거대함을 이룰 수 있고/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처럼 깊어질 수 있으며/왕은 백성들을 물리치지 않기에 그 덕을 밝힐 수 있습니다."'(사마천-이사열전 중) 초나라 출신 이사(李斯)가 진시황제에게 '축객령을 거둬달라'고 간언하는 상서 형식의 편지글 '간축객서(諫逐客書)' 중 일부분이다. 진시황제가 천하통일 전 치수사업을 벌이던 중 간첩 사건이 발생했다. 분노한 시황제는 다른 국가 출신 관리들을 즉각 진나라 밖으로 추방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른바 '축객령(逐客令)'이다. ...
박간재 기자2022.10.17 11:17해남읍에서 미황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삼산면 봉학길과 송정길에 이른다. 김남주, 고정희 두 시인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80년대 한국문학의 별이라고 할 수 있는 김남주와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 고정희 시인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아버지가 친구 사이인 두 시인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게 많다. 태어난 곳도, 나이도, 삶의 여정을 다한 시기도 엇비슷하다. 고정희는 삼산 송정리, 김남주는 같은 면 봉학리가 태 자리다. 10분 거리 이웃마을이다. 김 시인은 1946년, 고 시인은 1948년생으로 두 살 터울이다. 김남주 시인은 1994년 48세에 췌장암으로, 고정희 시인은 1991년 43세에 지리산 뱀사골에서 실족 타계했으니, 두 사람의 향년도 얼추 같다. 걸출한 두 시인이 한 동네에서 태어난 것도 그렇고, 엄혹했던 80년 5월 광주를 함께 관통했으며, 한 사람은 민족해방 전사로,...
최도철 기자2022.10.12 15:01SF 영화의 주요 배경은 우주와 재난이다.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구 충돌 등 미래에 있을 법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어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딥 임팩트,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패신저스, 코어 등 개봉할때마다 '대박'을 터트렸다. 이중 1998년에 개봉했던 '아마겟돈'은 대표적 SF 재난 액션 영화이다. NASA 연구진이 지구에 소행성이 날아오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핵탄두로 폭파해 지구를 지킨다는 줄거리다. 영화 제목 아마겟돈은 신약성서에 나오는 용어다. 선과 악의 세력이 싸울 최후의 전쟁터로 팔레스타인의 도시, '므깃도의 언덕...
서울=김선욱 기자2022.10.26 16:13광주 남구 광주공원에는 호남의 대표적 의병장 심남일 순절비가 있다. 1972년 결성된 순절비 건립추진위원회가 심남일 의병장의 순국 충절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다. 지난 4일 함평 월야면 달맞이문화센터에서는 심남일 장군 순국 112주년 추모식이 열려 장군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렸다. 심남일은 함평 월야면 정산리 신기마을에서 태어나 서당 훈장을 하던 1907년 11월1일 을사늑약에 분개해 의병으로 나섰다. 두 아들과 세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는 호남창의회맹소에 가담했다. 기삼연 장군 주도로 규합한 호남창의회맹소는 함평출신...
이용규 기자2022.10.11 15:1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가 8일 3년만에 재개된다. 무등산 천왕봉(해발 1187m)정상부에 1966년부터 방공 포대 주둔으로 인해 설정된 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이 이날 일반에 공개된다. 광주시의 노력으로 2011년부터 24차례 행사가 열려 45만명이 정상을 탐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개방 노선 역시 서석대, 군부대 후문, 인왕봉·지왕봉, 부대 정문에 이르는 구간이다. 하여 시민들은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 구간은 밟을 수 없고 먼발치에 바라봐야 한다. 무등산 정상이 완전하게 시민의 ...
이기수 기자2022.10.06 16:30"나에겐 딱 하나, 그것만이 남아 있는데 바로 '광대'이다. 덕분에 어느 정치인보다 더 높은 비행기를 타게 됐다." 지팡이를 든 콧수염 신사, 시대를 풍미한 익살꾼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다. 풍자(諷刺·Satire)는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에둘러서 유머와 함께 비판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이어져온 표현방식이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예술가가 바로 찰리 채플린이다. 찰리 채플린이 남긴 필모그래프 가운데 영화 '위대한 독재자'는 개그외에 정치풍자를 잘 녹아낸 작품으로 손꼽힌다. 영화에서 찰리 채플린은 조그마한 콧수염에 쌍...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10.05 16:41지난달 19일 96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어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70년 재위 기간 2만여회의 공식 행사를 가졌다. 25세에 왕좌에 오른 여왕의 권위는 뛰어난 비전과 전략이 아닌 철저한 행동에서 나왔다. 로버트 하드만이 쓴 '우리시대의 여왕'에 따르면 의전과 격식을 중시한 여왕은 공식 행사를 군주의 임무로 여기고, 최선을 다했다. 여왕은 활발한 공식행사와 대외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군주의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군주를 믿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여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입헌군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공식 행사에서 감...
이용규 기자2022.10.04 17:13시작한 일의 끝맺음을 잘해 좋은 결과를 거둘 때 쓰는 표현을 유종지미(有終之美)라고 한다. 이는 중국 전국책의 진책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에 진나라 무왕은 세력이 커지자 점점 자만해져서 처음 품었던 천하통일의 목표를 잃어버린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신하가 무왕에게 이런 간언을 했다. "시경에 미불유초 선극유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불유초는 처음이 있지 않은 것은 없다는 뜻이고, 선극유종은 능히 끝이 있는 것이 적다는 뜻으로, 처음 시작한 것을 끝까지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대왕께서 천하통일의 대업을 ...
최동환 기자2022.10.03 16:219월 28일. 한국 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점령 당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국군과 연합군이 완전히 되찾은 이른바 '서울수복'의 날이다. 전후 세대들은 9월27일 새벽 한국 해병대 2대대 요원들은 중앙청에 날리던 인공기를 내리고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을 통해 당시를 상상하게 된다.시공간을 광주 무등산 정상으로 돌려보자. 29일 국방부·합동참모본부·공군·육군 핵심 관계자들이 이 곳에서 모였다. 무등산 천왕봉 정상부에 주둔해 있는 방공 포대 이전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국방부는 최근 국회에 "광주시가 부지만 결정해...
편집에디터2022.09.29 17:59지난 6월 영화 '탑건-매버릭'이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다. 팬데믹 이후 외화 최초로 8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주인공 톰 크루즈는 1986년 영화 탑건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로부터 36년 후, 천재 전투기 조종사였던 그가 교관으로 돌아왔다.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Maverick)이란 이름으로 다시 관객을 만났다. 톰 크루즈의 극중 본명은 피트 미첼이다. 하지만 매버릭이라는 '콜 사인'(무전 호출부호)이자 별명으로 불렸다. 콜 사인은 보안 유지와 편리한 호명을 위해 사용하는 이름이다. 동료들이 그 사람의 특징을 살려 ...
서울=김선욱 기자2022.09.28 13:30처음 소식을 접했을때, 잠시 멍했다. 그러더니 금새 눈이 흐려졌다.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묘에 매장돼 있던 유골 중 1구가 5·18 행방불명자의 DNA와 일치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기억은 2017년 9월로 거슬러 갔다. 그때 사회부는 하나의 문서를 두고 빙둘러 앉아 긴장하고 있었다. 문서의 이름은 '광주사태시 소요체포자 치료현황'. 1980년 5월 광주교도소로 끌려간 시위대, 그 중에서도 중상자들을 어떻게 치료했는지에 대한 문서였다. 처음엔 문서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치료가 시작된 21일에만 143명이 기록됐으며, 이들은...
노병하 기자2022.09.26 17:43일본 홋카이도 카미사호로정은 산촌이다. 2010년에 지역 인구가 4879명까지 빠져 바닥을 찍고 2018년 7월 5000명을 돌파했다. 해마다 인구가 60명 정도 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패턴에서, 전체 면적의 76%가 산촌인 카미사호로정의 인구 증가 요인은 관심 사항이다. 카미사호정의 인구 증가 비결은 지난 2008년 시행된 고향세에서 찾는다. 카미사호로정은 고향세 시행에 앞서 SNS를 이용해 이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답례품 개발에 나섰다. 기부액 1만엔부터 30만엔까지 기부금대별로 90개에 이르는 답례품을 준비하고 있다. 카...
이용규 기자2022.09.27 16:44기업이나 가수, 감독, 배우들이 새 제품, 새 음반, 새 작품 등을 소비자와 팬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갖는 특별공연이나 행사를 '쇼케이스(showcase)'라 한다. 지난 20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는 ACC의 새 비전을 알리는 '중장기 발전계획(2023~2027) 발표식'이 열렸는데, 행사장은 여느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정책 발표회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공연장인 ACC예술극장에서 전문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발표식은 이강현 전당장의 중장기 발전계획 설명에 앞서 식전행사로 무대기술쇼 'BA...
최권범 기자2022.09.25 14:30광주에 본점을 둔 광주은행이 창립 54주년을 맞는 오는 11월 20일 여자 실업 양궁단을 창단한다고 지난 8월 밝혔다. 기업이 양궁팀을 창단한 것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처음이다. 광주은행 여자 양궁팀은 지난해 7월 '2020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을 달성한 세계적인 스타 선수인 안산(광주여대 초등특수교육과 3년)이 선봉장을 맡는다. 안산은 내년 말 졸업후 광주은행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다.하여 광주은행 양궁팀이 창출해낼 파급 효과에 거는 기대감이 지역내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2025년 광주에서 열릴 세계양궁선...
이기수 기자2022.09.22 16:54"강인한 정신과 체력은 번영의 초석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이 한창이던 1980년 10월, 전주에서 치러진 제 61회 전국체전. 전국에 생중계된 이날 개막식에서 당시 대통령 전두환은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전주를 찾아 스포츠는 뒷전인 채 '총력안보'를 외쳤다. '운동으로 건전한 몸과 마음을 길러 조국을 번영으로 이끌자'는 주문이었다. 1982년 마산에서 열린 63회 대회에서도 그는 '스포츠를 통한 조국 근대화'를 주문했다. 당시 체전 현장에서 흔히 듣는 단어도 총화, 애국, 단결, 질서, 도약 등이었다. 권위주의 시대,...
이용환 기자2022.10.10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