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고수가 아닌 이상, 높은 담장 위를 걷는 일은 누구에게나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가 간의 외교를 흔히 ‘담장 위를 걷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외교 무대에선 자칫 한 발짝만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서다.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북한과 군사적 적대관계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정세까지 맞물려 위기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동안 한국의 외교는...
2023.05.01 18:02흑산도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노래를 즐겨 부르는 사람들은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으로 시작하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를 자동 재생할 것 같다. 또 역사 덕후들은 영화로도 제작됐던 정약전의 ‘자산어보’, 그리고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기 ‘표해시말’을 금세 소환할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흑산도하면 ‘코가 뻥 뚫리는 알싸한 맛’이 일품인 남도 대표음식 홍어가 먼저다. 홍어는 우리나라 서남해 이곳 저곳서...
2023.05.01 16:53“내가 모든 걸 책임질 테니 나를 믿어달라.” 지난 1999년 2월 함평 대동면 폐금 동굴에서 황금박쥐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 황금박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동물 제1호로 지정한 희귀종. 2005년 이 이야기를 들은 이석형 당시 함평군수가 황금박쥐를 스토리텔링과 연계시켜 관광자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1톤의 순금으로 황금박쥐 조형물을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반대는 강력했다. 결국 이 군수는 차선책으로 27억 원을 들여 순금 162㎏의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다. 2008년는 일반에도 공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
2023.04.27 17:47화순군이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만원 아파트’를 내놨다. 월 임대료 만원만 내면 20평 크기의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깡통 전세’처럼 보증금을 떼일 걱정도 없다. 화순군이 임대료와 보증금을 대주고 있기 때문에 만원 아파트가 가능한 이유다. 화순군의 파격적인 주거정책은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청년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주거문제를 해결해주고 자연스럽게 인구유입을 통해 소멸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파격시책으로 평가된다. 군...
2023.04.26 17:23“보따리 하나 있으면 먹고 사는데 뭔 욕심이 필요하겄어.” 지난 2017년 보성 벌교에 사는 서부덕 씨가 보성장학재단에 자신의 전 재산인 8000만 원을 기부했다. 25살 때부터 보따리 하나 싸 들고 전국을 떠돌며 온갖 생필품을 팔아 번 돈이었다. 50년 동안 보따리 장사만 했다는 그에게 보따리는 생계수단이면서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뭐든 싸고 담을 수 있고, 머리에 이고 허리에 질 수 있는 보따리야말로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게 서 씨의 회상이다. 보따리는 불과 40여 년 전까지도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2023.04.25 17:36어떤 방면에 오랫동안 일해서 그 분야의 기술이나 기능에 뛰어나거나 관련 정보에 밝은 사람을 일컬어 ‘베테랑’이라고 한다. 숙련자, 전문가와 유사한 단어지만 베테랑은 오랫동안 종사했다는 것이 좀 더 강조되는 어감의 차이가 있다. 즉 전문가가 관련 직종에서 종사를 해서 경험을 쌓아올리면 베테랑이 된다. 베테랑이란 표현은 보통 기가막힌 실력을 발휘했을 때 보다는 위기를 부드럽게 넘긴다던가 경험에 따른 직관에서 나온 임기응변을 보여주었을 때처럼 주로 관록에서 나오는 능력을 칭찬할 때 자주 사용한다. 프로야구가 개막 한 달을 맞이...
2023.04.24 18:18불법 도청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워터게이트’다. 1972년 6월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돼 체포됐다. 이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닉슨 대통령과 보좌관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였다. 닉슨은 재임 중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기밀자료가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 요원에 의해 폭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NSA는 우방국 까지 망라해 전 세계 ...
2023.04.23 13:48지난 5일 울산에서는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여당의 참패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6일 개표 완료된 4·5 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교육감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패배했다. 교육감은 진보성향의 인사가 당선됐고 울산 남구의원(남구나)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여당 내부사 쑥대밭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울산은 국민의힘 텃밭이다. 현 여당의 수장인 김기현 대표, 박성민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역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심지어 김 대표는 울산시장을 지낸바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내...
2023.04.20 16:48요즘 동네에서 은행 점포나 ATM(무인자동화기기)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보편화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등 금융권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 불러온 현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MZ세대 10명중 9명 가까이는 비대면 플랫폼을 이용해 금융생활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은행 창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은행들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줄이기에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말 7673개에서 지난해 말 5800개로 10년 사이...
2023.04.19 14:48‘봉투를 좋아하는 불량 선생, 김봉두’. 지난 2003년 개봉된 영화 ‘선생 김봉두’의 메인 카피다. 지각을 밥 먹듯 하고, 교장에게 매일 혼나는 문제 선생 김봉두. 술을 좋아하고, 공공연히 학부모에게 ‘돈 봉투’를 강요하는 그는 이름조차 ‘봉두’다. 이름이 상징하듯 학교에서 학생을 대하는 기준도 ‘어쩔 수 없이 받는다는 돈 봉투’ 였다. 돈 봉투 사건으로 오지 시골 분교에 발령 난 뒤에도 그는 ‘봉투’만을 좇는다. “학교에서 돈 봉투만큼 큰 위력을 가진 것은 없다.”는 게 김봉두 선생의 철학이다. 1988년 4월, 대우그룹 ...
2023.04.18 18:0416세기 독일 최고의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the Elder·1472~1553)가 그린 ‘젊음의 샘’은 청춘(靑春)의 의미가 심하게 뒤틀려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젊음을 갈망하는 노인들이 ‘젊음의 샘’에 몸을 담근 뒤 청춘을 되찾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샘에서 나와 회춘한 노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애를 나누고 시끌벅적한 연회를 즐기는 것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청춘을 얻고자 했던 이유가 말초적인 쾌락과 환락 때문이었다니. 작품 속 면면을 들여다보면 버나드 쇼의 ‘젊은이에게...
2023.04.17 18:05중국의 4대 미인은 춘추시대 서시와 전한시대 왕소군, 삼국시대 초선, 당나라 양귀비를 꼽는다.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고 이 4명의 별명을 이어 붙여 만든 ‘침어낙안 폐월수화(沈魚落雁 閉月羞花)’라는 말의 운율이 잘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태백, 백거이, 왕안석 등 시인 묵객들은 4대 미인에 대한 많은 시를 남겼다. ‘미모에 놀란 물고기가 물속으로 숨고(서시)/기러기는 나는 법을 잊고 땅에 떨어졌다(왕소군)/달은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고(초선)/꽃들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양귀비).’ 초선을 의미하는 폐월은...
2023.04.16 14:26‘옴천면장 맥주 따르듯 한다’는 말이 있다.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을 많이 내거나, 적게 따라주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1970년대 후반, ‘30대 도지사’로 유명한 고건 전 전남지사가 강진에서도 오지로 이름난 옴천면을 찾았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할 귀빈의 방문, 귀한 맥주 정도는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한 옴천면장이 읍내를 모두 뒤졌지만 미지근한 맥주 몇 병이 고작이었다. 결국 옴천면장은 맥주잔에 거품을 가득 채우는 방법으로 모든 손님에게 맥주를 한잔씩 대접했다고 한다. “화성에서 양조하는 첫 맥주가 될 것이다.” 지난 ...
2023.04.13 18:02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는 미국이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했다는 내용이 다뤄진다. 경호실장 곽희천(이희준 분)이 경호실 직원들을 동원해 도청장치를 찾기 위해 수색하는 와중에 들어온 대통령(이성민 분)이 전화기를 바닥에 집어던지며 “오만방자한 ××들, 대한민국을 얼마나 졸로 봤으면 대통령 책상에도 도청장치를 달아?”라고 호통을 친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은 곧바로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어떻게 동맹국 대통령을 도청할 수 있냐”고 추궁하며 “각하께서 그냥 넘어가시지 않을 거야, 미국에 강력히...
2023.04.12 12:48“어린 시절 봤던 작은 도서관이 나에게는 지식의 창이었다.” 미국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는 유명한 도서관 예찬론자였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그는 퇴역 군인의 개인 서고에서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이 노동자와 어린이들의 지식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사업가로 거부가 된 그는 수천 만 달러의 재산을 기부해 미국 전역에 2500여 개의 무료 도서관을 건립했다. ‘도서관은 인류의 진보에 대한 나의 비전’이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은 시리아 남부 에블라도서관이라고 한다. 기원전 25...
2023.04.11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