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2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투입되고 있다. 뉴시스 |
3일 광양소방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1시10분께 광양시 중동 한 아파트 23층 옥상에 A씨가 위태롭게 걸터 앉아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광양소방서 측은 구조대, 중마고가 사다리차 등 5대를 동원해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A씨는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소방 구조대가 설치한 에어매트 2개와 일반매트 2개, 이탈방지장치로 구조됐다.
이날 사용된 매트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인증을 받은 5층형 모델 제품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여전히 광주·전남 소방당국이 사용 중인 에어매트 중 일부는 사용기한이 오래됐거나 기본 규격과 다른 미인증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소방청에게 제출받은 ‘소방관서별 에어매트 현황’에 따르면 광주소방본부 특수구조대·119구조대와 각 11안전센터는 42개의 에어매트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중 6개(14.3%)는 내용 연한 7년을 초과한 노후 장비로 확인됐다. 기본 규격과 다른 미인증 제품은 10개(23.8%)나 됐다.
전남소방본부 특수구조대·119구조대와 각 119안전센터가 소방용품으로 활용 중인 에어매트는 총 113개다. 이 중 55개(48.7%)가 내용 연한 7년이 지난 것으로 조사됐으며, 기본 규격과 다른 미인증 제품도 24개(21.2%)로 파악됐다.
용 의원은 “법령에 담긴 소방장비 관리업무 처리기준 상 최종 내용연한이 규정되지 않아 1년마다 심의회에서 연장사용을 결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고층건물로 화재나 재난 시 피난 장비로서 에어매트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는 전국 아파트 단지 역시 에어매트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단지 35곳 중 에어매트를 보유한 단지는 33곳으로 이 중 20개가 7년 이상 장비였다. 전체 에어매트 33개 중 93.3%인 31개가 5층형 이상 미인증 장비로 파악됐다.
전남 소재 LH 아파트 단지 42곳 중 에어매트를 보유한 단지는 41곳이었다. 이 중 24개(58.5%)가 7년 이상 장비였다. 전체 에어매트 41개 중 37개(90.2%)는 미인증 장비였다.
에어매트의 내용연수(사용 가능 기간) 7년으로 지정돼 있다.
용 의원은 “부천 화재 참사 당시 에어매트 구조 실패로 살릴 수 있던 2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에어매트를 구조 현장에서 계속 활용해야 하는 만큼 임시방편 대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구조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층형 이상 에어매트의 안전성을 검증·인증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피난 기구인 전국 아파트의 에어매트 역시 전수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에어매트는 고층의 경우 적응성이 낮고 부상 위험이 높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봐야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에어매트의 용도는 투신과 재난으로 인한 피난 상황이 확실히 구별돼야 한다며 화재 대피 시 에어매트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에어매트를 사용할 경우 1명을 구조한 뒤 다시 공기를 완충해야 하는데 이때 대피시간도 늘어나고 대기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어 결국 비상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투신 시도와 같은 1명을 구조하기 위한 상황에선 에어매트 만한 대비책이 없어 각 건물과 소방에 신형 인증 에어매트 보급이 이뤄지기 위해 제도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정부에서 정책·경제적 부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원 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하 조선대학교 소방재난관리학과 교수는 “노후·미인증 에어매트에 대해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등 피해 저감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소방 당국의 예산권이 아직 지자체에 있어 한정된 예산안에서 다양한 소방안전 장비 및 시설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 광주·전남의 경우 인구감소로 향후 관련 예산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예산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상아·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