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진 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협의회 대표 |
두어달 전이었다면, ‘광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이행계획 발표에 앞서 민선8기 자치단체장 임기인 2026년까지 해야 할 사업과 이후 추진할 사업 계획들을 점검하셨을 테지요. 그러나 호우경보까지 발효된 이번 주말에는 혹시라도 발생할 사고에 대비하면서 태양광발전을 포함,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된 광주상황에 고민이 깊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11일, 시장 임기 반환점을 맞아 가진 정책토론회에서 시장께서는 ‘광주의 경제 활성화와 돌봄경제 안착’에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하셨지요. 토론회 참석자들도 대부분 큰 이견없이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탄소중립 시한으로 제시한 2050년보다 무려 5년을 앞당겨,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한 광주의 기후위기 대응 실천사업에 대해서는 별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광주 탄녹기본계획’은 2045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로 142만 광주시민의 전력수요를 충족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현재 7%대의 전력자급률을 51%까지 끌어올리되, 나머지 49%의 전력은 전남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끌어오겠다는 것이지요.
그러자면 도심 태양광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045년까지 광주시 전력수요의 19%를 도심 태양광이 감당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최소 1.2GW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광주 시내에 설치해야 합니다. 익히 알고 계신 것처럼, 2022년 말 광주의 태양광 발전설비는 320MW에 불과합니다. 해마다 적어도 40MW씩 태양광을 늘려야 간신히 목표를 채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30일, 산업부와 한전은 ‘계통포화’를 이유로, 광주는 물론 호남지역 전체의 신규 발전(發電)사업을 2032년 1월까지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겨우 한달 여 남은 8월31일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앞으로 7년4개월여 동안 호남에서는 어떤 재생에너지도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몇 년 째 태양광의 계통연계를 기다리고 있는 전남북과 달리 광주 시내 17개의 변전소는 여유용량이 2GW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똑같이 통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이는 광주시의 ‘2045 탄소중립’계획이 완전히 물건너 가게 됐음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온 시민들의 깨알같은 노력, 그리고 광주의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계획을 산업부와 한전이 단칼에 무너뜨린 것입니다.
광주시는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위기에 처한 광주의 ‘2045 탄소중립’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시민들이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밝혀주시기를 거듭 요청드립니다.
2천여 조합원과 함께 시민햇빛발전운동을 펼치고 있는 저희 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협의회(광시협)는 지난 8일, 한전 본사를 찾아 송전망 운영 데이터를 요구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해 연간 몇 시간, 또 언제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었는지 입증할 지난 1년간의 데이터입니다. 광시협은 또한 송전망 포화가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에도 적기에 송전망 확충을 않고, 호남권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제한 채 영광 한빛원전 1, 2호기의 수명연장을 강행하려는 산업부와 한수원의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에 시민사회와 함께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다급한 것은 ▲8월31일로 못박은 발전사업허가 신청기간을 내년 8월, 빨라도 연말까지 연장하게 하는 것과 ▲광주시와 5개 구, 광주시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부지를 최대한 활용, 8월31일까지 발전사업허가 신청을 하는 일입니다.
지금, 광주 탄소중립을 향한 ‘큰 그림’을 재설계하는 것은 너무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더욱 급한 것은 산업부에서 제시한 8월31일까지 계통연계 신청 가능한 부지를 최대한 찾아내 부지사용 승락을 받는 일일 것입니다. 우선 다급한 발등의 불을 끄고, 탄소중립을 향한 중장기 대책을 시민과 함께 재설계할 수 있는 거버넌스 운영을 요청드리면서, 산업부와 한전이 몰고온 위기상황을 광주의 저력으로 극복해갈 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