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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그 자체로 여러 상징을 품었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 갈라진 여론과 불신의 늪을 넘어 다시 한번 ‘선택’을 통해 방향을 잡은 국민의 집단적 결정이자,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한 증명이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두 번째 비상상황 속에서도, 국민은 흔들림 없이 제도적 절차를 따라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다. 이번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이 다시 50%선을 돌파하며 과반 지지를 얻었다. 민주화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 통합’에 필요한 투표의 힘이다.
그 선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중앙정부가 향후 5년간 운용할 예산은 약 3366조 원에 달하고, 지방정부와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면 새 정부가 좌우할 공적 재정은 9500조원에 이른다. 유권자 수로 나누면, 한 표의 가치는 7584만원 이상이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말은 단지 수사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던진 한 표는 우리의 일상, 경제, 일자리, 교육, 복지, 외교, 국방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을 설계하는 선택이었다. 숫자 이상의 상징성과 책임이 응축된 결정이다.
6월 3일 던진 한 표는 그 자체로 분수령이며, 이 나라가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됐다.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권력의 방향성을 통째로 바꾸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치가 신뢰를 잃었다는 말은 이제 낡았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책임을 물을 줄 아는 시민의 태도이며, 이번 선거는 그 가능성을 다시 증명해냈다. 공동체의 운명은 리더 한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올바른 리더를 선택할 줄 아는 시민 전체의 집단지성에 달려 있음을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투표는 끝났지만, 정치적 책임과 감시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천하우락재선거. 오늘 국민이 만든 결과는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을 뽑은 것이 아니다. 불안정한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이 나라가 나아갈 길을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오늘, 이 위기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던진 한 표는 곧 희망이고, 해답이며,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