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마라톤>중학생부터 73세 할아버지까지 '힘찬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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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호남마라톤>중학생부터 73세 할아버지까지 '힘찬 레이스'
힘든 고비 넘기고 완주 기쁨 누려
고령 참가자 “내년엔 더 좋은 기록”
가족들 열띤 응원에 보람찬 레이스
"활력 넘치는 분위기가 대회 매력"
  • 입력 : 2025. 04.20(일) 18:14
  • 이정준·정승우 기자
제22회 호남마라톤 최연소 참가자 김도현 (14)군이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결승선에 들어오고 있다. 정승우 기자
제22회 호남마라톤에 많은 이색 참가자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부터 73세 최고령 할아버지, 수십년째 참가 중인 마라토너, 초보 달리미, 군인, 경찰까지 함께 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1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출발점 앞으로 모여 진행자들의 구호에 맞춰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달리미들은 봄비도 아량곳 하지 않고 각자 가족, 직장동료,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힘차게 달렸다.

페이스 메이커들 또한 노란 풍선을 달고 달리미들 사이에서 ‘명품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김도현(14·광주 체육중 1)군은 “하프 코스 반환점을 돌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우 힘들었지만 함께 뛴 친구들 덕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호남마라톤에 꼭 출전해 더 빠른 시간 안에 들어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22회 호남마라톤 최고령 참가자 김종부(73)씨가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승우 기자
노익장을 과시하며 세월이 지나도 식지 않은 열정을 보인 참가자들도 있었다.

최고령 참가자인 김종부(73)씨는 “어느덧 마라톤을 시작한 지 30년째인데 첫 호남마라톤대회 때부터 참여했다. 평소 일주일에 2~3회씩 달리면서 꾸준히 마라톤 준비를 했다”며 “오늘 하프 코스를 완주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고 건강에는 역시 달리기가 최고다. 다음 대회에도 꼭 참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십년 째 호남마라톤에 참여한 나계수(68)씨도 “예전에는 풀 코스를 많이 뛰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오늘은 하프로 참여하게 됐다”며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열심히 뛸 것이다”고 말했다.

제22회 호남마라톤 참가자 한충열(45)씨가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준 기자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 마라톤에 참가한 이들은 보람찬 레이스를 펼쳤다.

한충열(45)씨는 “자녀가 4명인데 학교에 데리러 갔을 때 뚱뚱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달리기를 시작해 오늘 호남마라톤까지 참가하게 됐다. 오늘 달리면서 아이들만 생각하며 뛰었는데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와 기분이 좋다”며 “다음 호남마라톤 대회에도 꼭 참가해서 아이들을 위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에 도전한 이들도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온 가족이 함께 응원을 온 염호현(39)씨는 “첫 출전이라 많이 걱정했지만 함께 온 가족들의 응원을 생각하니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7㎞ 구간에서 발에 물집이 생겨 고통스러웠지만 완주하게 돼 기쁘다. 가족들의 응원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로 나주에 거주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브라운 알란 딕슨(52)씨는 영산강 주변 코스에 흠뻑 빠져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그는 “호남마라톤 대회는 영산강 주변 코스가 예쁘고 달리기에도 좋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다”며 “많이 힘들고 반환점 이후 고비가 왔지만, 비가 오는 날씨 덕분에 시원하게 러닝을 해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국가를 지키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앞장서온 군인과 경찰관들도 이날 만큼은 함께 마라톤을 즐겼다.

상무대에서 근무하는 일병 장정민(22)씨는 “중대 내에서 추천으로 전우들과 함께 호남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게 됐다. 전우들과 함께 땀 흘리며 노력해 완주할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부경찰서 교통조사계 직원들은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착용하고 10㎞ 코스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출발 전 ‘법규 준수’ 홍보물품을 달리미들에게 배포하는 등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한 동참을 당부했다.

경위 이경민(45)씨는 “동료들과 함께 마라톤을 즐기고, 치안 홍보활동도 펼치게 돼 뜻깊다”며 “시민들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에 힘쓰며, 안전한 광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마라톤대회 사회를 맡아 참가자들에게 흥과 활력을 불어넣은 김진영(32)·노태석(30)씨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호남마라톤만의 매력인 것 같다. 참여자들 모두 좋은 기억을 가져갈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준·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