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 3인이 예술적 시선으로 성찰한 '기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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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청년작가 3인이 예술적 시선으로 성찰한 '기억의 힘'
●청년작가전 '사라진 문을 두드릴 때'
내달 25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참여작가 케이윤·이창현·조은솔
'기억' 주제…설치·영상 등 17점
  • 입력 : 2025. 04.13(일) 11:33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이창현 작 ‘구도’.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청년작가전 ‘사라진 문을 두드릴 때’가 다음달 25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이창현 작가의 작품들이 자리한 공간. 박찬 기자
케이윤 작 ‘(식탁이 연극이 될 때)나는 내 이야기를 먹는다’. 박찬 기자
기억은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역사 속에서 축적된다. 공간과 사물이 기억으로부터 의미를 부여받는 건 인류의 관습인 셈이다.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의 특징이다. 선택적 저장과 해석의 과정을 거치며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변화한다. 단순히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구축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게 기억의 힘이다.

광양 전남도립미술관 5 전시실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청년작가전 ‘사라진 문을 두드릴 때’는 이러한 기억의 힘을 모티브로 작업한 실험적인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다음달 25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서 케이윤, 이창현, 조은솔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해 ‘기억’을 주제로 구현한 설치, 영상 등 17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에 들어서면 기억과 경계, 정체성의 형성과 해체 과정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기억이 경계를 형성하고 허무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서사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시각화한 것이다.

먼저 케이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공간과 보이지 않는 경계를 탐구했다. 해남 출신인 그는 그간 망령과 혼의 존재를 깊이 있게 조망해 왔다. 독일 기반으로 유럽, 뉴욕 등 해외에서 활발한 미술 활동을 이어가며 개인의 경험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한 작업을 보여준다. 특히 빛, 소리, 공기 등 비물질적 요소를 활용한 방식은 실험적이며 독창적이다. 케이윤이 펼쳐낸 세계에서 관람객들은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감각을 확장하는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조은솔 작 ‘죽은 것들은 죽어가면서 되살아났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이창현 작가는 서울에서 활동하며 의복의 역사성을 탐구해 왔다. 그에게 옷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오브제다. 옷에 깃든 주름과 봉제선은 옷을 만들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쌓인 기억들이자 변화의 흔적이다. 이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결과물들은 신체를 통해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고, 변화시키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조은솔 작가는 담양 출신으로 현재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억과 존재의 유기적 연결성, 생명의 순환적 구조를 강조해 온 그는 이번 작업에서도 이를 구체화 해냈다. 조 작가는 인간을 독립적 개체가 아닌, 변형되고 확장되는 유기적 흐름 속의 존재로 인식한다. 이는 생명과 환경, 물질이 연결된 관계망 속에 작동함을 의미한다. 영상, 가변설치 작품 등을 통해 기억이 어떻게 개별적 정체성을 넘어 공동체적 차원으로 확장되는지를 체험케 한다.

이번 청년작가전은 관객이 작품을 감상한 뒤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확장하게 만든다. 지역과 서울, 해외 등 각기 다른 공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신진작가들이 치열하게 고민한 예술세계를 선보이는 장이자 향후 국내외 미술계의 흐름을 내다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래를 조망하며 나아가는 미술적 실험의 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억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한 전시를 감상하고 관람객들이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