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엄지성이 지난 5월28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15라운드 홈경기에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불이익이 따른다. U-22 선수가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해당 인원만큼 엔트리가 축소되고,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더라도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 교체 카드가 줄어든다.
U-22 의무 출전 제도는 젊은 선수들에게 실전 경험과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부터 도입됐고 실제로 이재성(1. FSV 마인츠 05)과 김민재(FC 바이에른 뮌헨), 설영우(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양현준(셀틱 FC), 양민혁(토트넘 홋스퍼 FC) 등 젊은 스타 선수들을 배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이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구단은 핵심 유망주들을 끌어모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반면 일부 구단은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짧은 시간만 투입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이 제도로 인해 구단들의 빈부 격차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시민구단인 광주FC는 산하에 두터운 유망주 풀을 보유한 금호고를 18세 이하 팀(U-18)으로 두고 있지만 졸업생들이 모두 온전한 전력이 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고 타 구단에서 검증된 U-22 선수를 영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이정효 감독은 지난해 엄지성과 허율이 주축을 이뤘던 U-22 라인업을 개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율이 2001년생으로 올해부터 규정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금호고를 졸업 후 각각 단국대와 고려대에 진학했던 문민서와 안혁주를 콜업하며 변화를 꾀했다. 문민서와 안혁주의 합류로 엄지성과 정지훈, 노희동까지 올 시즌 개막일을 기준으로 다섯 명의 U-22 자원을 갖췄다.
다만 노희동은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로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광주FC는 사실상 네 명으로 U-22 규정을 충족해야 했고, 시즌 초반에는 엄지성을 중심으로 안혁주와 문민서가 출전 시간을 나눠가졌다.
엄지성은 6월까지 15경기에서 2득점과 3도움을 올렸다. 올림픽 대표팀 소집 기간 치러진 네 경기를 제외하고 1라운드부터 19라운드까지 모든 경기에 출전하며 U-22 카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엄지성이 EFL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리그) 스완지 시티 AFC로 이적하면서 고민이 커졌다. 안혁주와 문민서, 정지훈 세 명으로 U-22 규정을 충족하기엔 아쉬움이 있었고 금호고 소속의 김윤호와 준프로 계약을 맺으며 보강을 시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기록도 아쉬움을 뒷받침한다. 올 시즌 문민서가 31경기, 안혁주가 13경기, 정지훈이 9경기, 김윤호가 1경기에 나섰지만 풀타임을 소화한 경우는 전무했다. 엄지성이 이적 전까지 15경기 중 9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결국 엄지성의 이탈은 광주FC에게는 위기로 직결됐다. 엄지성을 대신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U-22 자원은 전무했고, 그가 K리그와 광주FC에서 보여준 존재감 역시 대체 불가였다. 때마침 엄지성의 이적과 맞물렸던 추가 등록 기간 선수 영입 불가 조치 역시 광주FC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 문제점이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광주FC로서는 우울한 상황이다. 광주FC는 U-22 자원 수급을 사실상 금호고에 의존하고 있는데 즉시 전력감을 수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에는 자유 계약이 가능한 유망주를 두고 머니 파워에서 밀리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결국 고교 졸업 또는 대학 중퇴 자원들 중 깜짝 스타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른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