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광주·전남 청년 취업자 수가 줄어들거나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어 취업 한파를 맞은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남학생이 학원이 밀집해 있는 한 건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광주 북구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고모(30)씨는 지난해 근무 중이던 회사에 문제가 생겨 퇴사한 뒤 실업급여를 받으며 취업준비를 시작했지만 아직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원래 하던 일과 다른 방향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괜찮은 여건의 구직 공고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이와 경력이 있어서 아무 곳에서나 섣불리 일을 시작하기도 힘들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으로는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간간이 면접을 본 회사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더 괜찮은 곳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결정을 미루다 보니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졌다. 현재는 채용공고가 없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채용 인원이 반토막 나면서 ‘취업 바늘구멍’이 더 좁아졌다.
고씨는 “금방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1년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무직 기간이 길어지니 눈을 낮춰보기도 했지만 막상 취업은 쉽지는 않았다”며 “채용공고가 언제 올라올지도 모르는 데다가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걱정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물가 탓에 생활비 부담이 갈수록 커져 취업 준비 여건도 나빠지고 있었다.
고씨는 “주 2~3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아끼고 아껴도 소득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금방 취업이 될 거라는 생각에 자취방을 정리하지도 못했다. 고물가 탓에 식비에만 3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일을 쉬고 있어도 막막함에 무기력해지니 몸도 마음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지역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다가올 한파보다 얼어붙은 채용시장이 더욱 차갑다. 올해 취업자 수가 줄어들거나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고 청년 고용률도 전국 평균을 밑도는 등 채용 문이 굳게 닫힌 탓이다. 내수부진 장기화로 인해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기존 인원을 감축하거나 신규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내년도 취업시장 전망도 암울하기만 하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광주지역 올 3분기 취업자 수는 77만3000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전남은 101만2000명으로, 1만2000명 감소했다. 이 중 광주지역 20~29세 취업자 수는 9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명 감소했으며, 전남지역 20~29세 취업자 수는 8만8000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보면 광주지역 20대 취업자 수는 9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7000명 감소했고 전남지역은 9만5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올 3분기 15~29세 청년 고용률은 광주 38.8%·전남 42.0%로, 전국 평균 46.4%를 한참 밑돌았다. 같은 기간 15~29세 청년 실업률은 광주 6.2%, 전남은 6.1%로, 전국 평균 4.9%를 웃도는 등 취업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향후 고용시장 전망도 암담하기만 하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 역시 꾸준히 하향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239개사 CEO·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에 따르면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49.7%가 ‘긴축 경영’에 나선다. ‘현상유지를 하겠다(28%)’는 답변보다 20%p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긴축 경영을 하는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 66.9%가 내수 부진, 64%가 인건비 부담 가중을 꼽았다.
이 같은 기조는 대기업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한 대기업 비율은 61%로 전체 평균보다 10%p 이상 높았다. 투자 계획에서도 올해보다 투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대기업은 58.5%로 다른 기업(32.8%)보다 25.7%p 높았다.
기업들은 내수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 59.8%가 ‘2026년 이후’라고 답했으며, 내년 전망 경제 성장률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국내외 기관들도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날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지난 9월 전망보다 0.3%p 하향조정한 2.0%로 전망했다. 수출이 둔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탄핵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경제후행지표인 고용 지표도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불안정한 고용지표에 대한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직접일자리 사업 채용인원을 올해 117만8000명에서 내년 123만9000명으로 확대하고 1월부터 바로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 1·4분기 중 90%(약 110만명) 이상 신속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