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전용 훈련장인 광주축구센터가 지난 9월초 배수 불량으로 인한 천연 잔디 괴사로 폐쇄 후 배토 작업 등 복구를 실시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상대의 장점을 무력화하고 공격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패스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주도권 축구의 밑바탕이 패스라고도 볼 수 있는 만큼 잔디 컨디션은 경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광주 선수단은 최악의 잔디 상태에 발목을 잡혔다. 올해 여름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며 K리그 전반적으로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광주는 유독 문제가 심각했다.
이 배경에는 광주 선수단의 전용 훈련장인 광주축구센터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천연 잔디 1면과 인조 잔디 1면으로 조성한 광주축구센터는 배수 불량으로 진흙탕이 되고 조명 시설도 없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어 광주 선수단의 숙원으로 꼽혀 왔다.
광주 선수단이 2022년 K리그2 우승과 1부리그 승격, 2023년 K리그1 3위와 아시아 무대 진출 등 굵직한 성과를 이뤄내면서 구체적인 요구가 시작됐고 결국 광주시와 구단은 약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천연 잔디 2면과 조명 시설, 원격 살수 시설까지 갖춘 전용 훈련장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 전용 훈련장이 또다시 광주 선수단의 발목을 잡았다. 배수 불량이 재발하면서 완공 약 2개월 만에 천연 잔디가 다시 괴사했고, 선수단이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재조성 공사를 위해 남해로 떠났던 광주 선수단의 배려는 헛수고가 됐고, 공교롭게도 이 기간 직후 6연패에 빠지며 사기가 추락했다.
광주축구센터가 보수 작업을 위해 문을 닫으면서 광주 선수단은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훈련과 실전을 모두 소화해야 했다. 가뜩이나 유례없는 폭염으로 잔디 관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과부하까지 주게 되는 원인이었다.
결국 광주축구전용구장마저 잔디가 크게 손상돼 정상적인 훈련과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환경에 이르렀다. 훈련과 경기가 강행됐지만 광주 선수단은 물론이고 상대 팀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했고, 결국 이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장성 옐로우시티스타디움을 대체 훈련장으로 받아들였다.
훈련을 위해 왕복 약 1시간30분을 이동하면서 광주 선수단의 피로는 가중됐다. 가뜩이나 리그에서도 이동 거리가 많은 광주 선수단이 훈련에서도 부담이 늘어났고 이는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연결됐다.
이 사이 광주축구센터는 잔디 상태를 조금이나마 회복했다. 여전히 측면에는 맨땅이 드러났지만 중앙에는 잔디가 조금씩 퍼져나가면서 정식 규격의 60~70% 가량의 면적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도 또다시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속출하며 광주 선수단은 시즌 내내 속앓이를 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시즌 끝날 때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주축구전용구장과 광주축구센터 모두 보식 작업을 실시하면서 어느 정도 상태를 회복했지만 누더기 잔디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특히 올 시즌이 11월 말 종료됐는데 곧바로 겨울이 돼 잔디 보식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광주 선수단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참가로 내년 2월 중순이면 다시 실전에 나서야 하기에 복구에 필요한 시간도 충분치 않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