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훈 광주시의원. |
특히 행정사무감사에 임하기 전, 실·국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은 의회를 상대로 다음과 같이 선서를 하는 형식도 갖춘다.
“본인은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임함에 있어 성실하게 감사를 받을 것이며, 또한 증인으로서 증언을 함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법 제49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46조 및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가 정하는 바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그만큼 행정사무감사는 매우 엄중하고, 중대한 행정행위다.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되는 것도 물론이다. 그래서 행정사무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행정사무감사 이후, 다음연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와 의결이 곧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회에서 지적된 사안들은 시 사업 추진계획과도 직결된다. 시민을 대리해 각종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 낭비 등은 없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기 때문에 행정사무감사는 예산안 심의를 위한 각종 정보를 얻게 되는 사전 준비단계로 볼 수도 있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행정사무감사를 충분히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자료부실’ 논란이 있었다. 자신들이 일하는 해당 기관의 근무 인원은 몇 명인지, 퇴사자인지 아닌지, 급여가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파악되어 있지 않은 황당한 자료가 도착해 있었다. 기관의 예산 절감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시의회 자료 요구에 느닷없이 기관 명칭을 변경하겠다는 ‘동문서답’ 답변도 있었다. 중학교 수행평가 보고서만도 못한 자료 제출이였다. 기관장이나 실·국장 명의로 제출되는 행정사무감사 자료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만이라도 읽어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탄식이 의회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 대목에서 성실하게 행정사무감사 준비를 해줬던 실·국과 기관에게는 깊은 양해를 구한다.
자료부실과 함께 ‘허위보고 및 답변’에 대한 부분도 지적되었다. 광주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DRT 광주투어버스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직원 유니폼을 제작했다고 표기했는데, 증빙 사진은 올해가 아닌 8년 전 사진으로 확인됐다. 광주도 아닌 세종청사 출근버스 앞에서 촬영된 사진을 일부 인원만 편집해서 직원 유니폼 구입 근거로 제출한 것이다. 조작된 거짓 자료를 근거로 들면서 의회에 허위보고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올해 행정사무감사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은 “추후에 별도로 보고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실·국장 및 기관 대표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이 어려울 경우에는 해당 업무를 직접 담당한 과장이나 팀장이 대답하도록 허용한다. 추진했던 업무나 계획 중인 업무를 알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답변하면 될 텐데, 거의 습관적으로 다음 기회에 보고하겠다고 대응한다. 어떻게 해서든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는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고도의 전략으로 보여진다. 불과 3주 전, 광주시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는 그와 같은 답변이 없었다는 점과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급기야 행정사무감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자료 부실과 허위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사무감사를 계속 진행해서 마무리했어야 한다는 일부 평가도 있었다. 그들에게 되묻는다. 이번 광주시의회의 일정은 아는 것만 답해도 되는 ‘업무보고’ 과정이 아니라,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적발해 지적하는 행정사무‘감사’였다. 자신들이 작성한 자료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는 기관을 상대로, 조작된 자료를 토대로 답변을 하는 부서를 상대로, 감사 행위를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행정력 낭비다. 제대로 다시 준비토록 해서 정확하게 점검하는 것이 시민을 위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행정사무감사를 중단하고, ‘재감사’를 결정한 것은 몇 번을 생각해도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