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기발한 발상…하지만 아쉬운 웃음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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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기발한 발상…하지만 아쉬운 웃음 코드
김창주 감독 ‘아마존 활명수’
  • 입력 : 2024. 11.04(월) 17:23
김창주 감독 ‘아마존 활명수’. ㈜바른손E&A 제공
김창주 감독 ‘아마존 활명수’ 포스터. ㈜바른손E&A 제공
킬링 타임용 코미디 영화 ‘아마존 활명수’가 개봉됐다. 진부해 보이긴 하지만 타이틀이며 출연 배우며 누구든 코미디를 짐작하게 하는 영화라 한바탕 웃고 가볍게 넘기고싶은 관객이 찾을 법한 영화다. 오랜 만의 한국 코미디 영화 개봉에 첫 날인 데도 영화관에 제법 관객이 들었다. 이건 순전히 1000만 영화 ‘극한 직업’(2017)의 후광 덕인가 싶다. ‘극한 직업’ 각본을 쓴 배세영 작가가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출연했던 류승룡과 진선규가 배역을 맡아서다. 여기에 관객이 요구하는 폭소를 동반한다면 또한 번의 천만 영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양궁 강국이다. 올림픽을 위시한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의 기쁨을온 국민에게 안겨주는 효자 종목이다. 영화는 이 짜릿함을 포착했다. 왕년의 메달리스트 양궁선수 출신 조진봉 과장(배우 류승룡). 지금은 물산회사에 다니며 승진은커녕 회사에서 퇴출위기를 겪는 힘빠진 가장이다. 구조조정 위기에 빠진 진봉에게 회사의 금광개발 사업을 위해 볼레도르의 양궁 대표팀 코치를 맡는 미션이 주어진다. 아마존에 있는 볼레도르를 향해 가는 도중 그는 불의의 사고로 원주민 마을에 불시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아마존 전사 시카(배우 이고르 페드로소), 이바(배우 루안 브룸), 왈부(배우 J. B. 올리베이라)를 만나게 된다.

사냥으로 단련된 활 솜씨를 어느 궁사가 겨룰 수 있을까 싶게 이들은 ‘활의 명수’였다. 그를 구하러 온 정부군과 통역사 빵식이(배우 진선규) 덕에 목숨을 구하게 된 진봉. 그는 볼레도르 체육부장관에게 이들을 선수로 요청하게 되고 볼레도르 정부는 이 부족을 더 이상 적대시하지 않고 보호하겠다는 조건을 협약하게 된다. 진봉은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양궁대회에 이들을 출전시키기 위해 시카, 이바, 왈부 그리고 통역사 빵식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6개월 간의 훈련기간을 보내면서 이들은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스토리의 구성이 촘촘하다. 무엇보다 스토리 발상이 매우 기발하다. 발상 못지 않게 웃음 신 역시 과할 만큼 곳곳에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다. 문제는 이 웃음이 빙긋 할뿐 폭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동안의 영화, 특히 ‘극한 직업’에서 보여준 무릎을 치며 웃어대던 관객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영화에 담긴 웃음 코드가 관객의 요구 코드와 삐끗 어긋난 이유는 지나치게 코미디 문법에 열중한 것이 아닐까. 관객의 수용수준이 높아진 것을 간과한 것이 아닐까?

웃음과 해학에는 시대의 흐름과 문화적 자본이 영향을 미친다. 이 문화적 자본은 독서력을 포함한 문화이력이 개인별로 누적된 저력과도 같다. 그리고 학력, 정치사회적 배경, 세대문화 등을 함의한다. 고(故) 한승헌 변호사님은 필력이 대단해서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민청학련 사건, 월간 ‘다리’지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황석영 방북 사건 등등)의 변론문을 명문으로 남긴 분이다. 서슬퍼런 군부정권 하에서 늘 지는 재판을 해왔지만 역사 재판에서는 이기는 진정한 인권변호사였다. 그의 언어에는 늘 고급 웃음 코드가 담겨 있다. 그냥 빙긋이 웃어 넘기는 정도가 아니라 박장대소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 웃음 코드를 책으로 풀어낸 것도 ‘산민객담’(2005)을 위시한 10여 권에 달한다.

이제 우리의 코미디도 슬랩스틱이나 억지웃음을 유발하는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나 업그레이드에 업데이트를 거듭해야 객석의 지루함을 면할 수 있다. 빈틈없는 스토리텔링으로 코미디의 세계관을 바꾸어 놓아야 관객에게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아마존 활명수’의 코미디 세계관은 작가와 감독이 객석의 과녁에 빗나가게 쏜 화살과도 같았다. 영화의 전반적 흐름에 배우 류승룡과 진선규 연기의 합이 힘을 싣고 있었다. 이들을 두고 ‘류진스’라 일컬을 만큼 주역으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주역의 연기력이 부각되려면 받쳐주는 조역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화의 빛나는 조연은 시카, 이바, 왈부여야 했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조연의 빛이 나질 않았다. 실제로 아마존 원주민인 그들에게서 ‘아마존의 눈물’ 빛이 좀 더 강했더라면 객석에서 조마조마 두근두근하는 응원 에너지를 더 발현했을 터인데…. 메달이야 따겠지 싶은 뻔한 결말을 예상하는 정도에 그쳐 아쉬웠다. 웃음 코드 속에 숨어 있는 아마존의 눈물….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훼손은 온 지구인들이 함께 흘려야 할 눈물이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