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1000조 원짜리 동전도 등장할 뻔 했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부채상한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1000조 원에 이르는 ‘백금동전’을 발행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재무부가 1조 달러짜리 ‘백금동전’을 발행해 연방준비제도에 예치하면 재무부가 연준을 통해 1조 달러어치의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신용을 이유로 동전 발행을 거부했고 1000조 원짜리 동전도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고액의 지폐와 달리 동전은 대부분 금액이 적다. 그렇다고 동전이 하찮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동전은 단순한 교환의 수단을 넘어,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작은 예술품으로 인정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원짜리나 500원짜리 동전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화폐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역사적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미국도 1센트짜리 페니부터 100센트짜리 달러까지 다양한 동전이 유통된다. 특히 10센트짜리 다임은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담은 동전으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미국 조폐국이 발행한 10센트짜리 동전 ‘다임’ 한 닢이 최근 경매에서 7억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고 한다. 1975년에 만들어진 이 동전은 조폐국에서 수집용으로 철자 S를 빼고 발행한 세상에서 두 개밖에 없는 동전이다. 지난 달에는 1923년 사망한 덴마크의 한 수집가가 일평생 수집한 동전을 경매에 부쳐 221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영국의 한 농장에서는 1000년 동안 땅에 묻혀 있던 은으로 만든 동전 더미가 무더기로 발견돼 영국인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일상에서 통용되는 몇 푼 안되는 동전. 그 동전 한 닢도 세월을 버티고, 세상을 돌다 보면 언젠가 귀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렇게 유쾌할 수 없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