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아동문학가 |
얼마 전에 초등학교 6학년 아이한테 시를 한 편 써서 보내라고 했더니,
“학교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영어 학원 수학 학원가야 한다. 영어는 괜찮은데 수학은 정말 하기 싫다. 이 세상에 수학학원이 사라지면 좋겠다.”
이런 글을 보내 왔다. “수학이 그렇게 싫어?” 하고 물었더니 정말 하기 싫다는 거다.
“그래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할 과목이 수학인데 싫다고 밀어내면 점점 더 멀어지지. 그러지 말고 좀 더 친한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같은 거 한 번 해 봐.”
“네”하고 금방 대답한다. 단순한 성격인 유형의 아이 일수록 깊게 생각하기 싫어서 수학 문제 푸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니까 자꾸만 멀리 밀어내게 된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수학 과학을 너무 싫어해서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학교도 갈 수가 없었고, 포기 하게 되었던 예가 있다. 나뿐만 아니라 특별하게 공부 잘 하는 친구들 외에는 하기 싫은 걸 억지로라도 하지 않으므로 해서 포기 하는 삶을 대부분 살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국영수 위주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언제가 아는 분이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제자에게 연락이 왔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선생님, 제가 학교 다닐 때 소설가가 되고 싶었는데 서점을 내게 되어 날마다 책을 보며 살게 되었습니다. 소설가는 아니지만 비슷한 직업을 가지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하고 말 하더라는 것이다. 우리가 목표를 A로 두고 살아도 그 지점에 못 미치고 사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렇더라도 그 근방에서 사는 의미나 보람을 느끼고 산다면 성공한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린 날부터 하기 싫은 것과 좋아 하는 것이 분명하게 갈라놓으면 한쪽만 치우치는 불가분현상이 일어 날 것이다.
이토록 삶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공부를 어찌 소헐 할 수가 있겠는가. 『언제나 우린 널 믿어 』베스페리의 그림책에서는 우리는 더 높이 올라 갈 수 있고 더 깊이 땅을 팔 수 있고 세상을 탐험하고 씩씩하게 우뚝 설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믿는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 혹시 어른들이 닫히게 만들지는 않은 지 깊이 반성해 본다.
평화로운 삶을 믿는다고 해 놓고 전쟁 중이고, 친구와 사이좋게 나누며 살아야지 해 놓고, 싸워서 얻으려는 어른들. 그 속에서 제일 피해 보는 것은 힘없는 어린 아이들 아닌가. 우리가 너를 믿는다고 말하기 전에 아이들이 사는 이 세상이 믿을 수 있게 어른들이 만들어 가면 좋겠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신나게 놀면서 행복한 결말을 믿으며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그러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