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그리고 열흘도 안된 2월 24일 시작된 전쟁. 결과는 참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월 17일자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48만 명, 모스크바 60만 명 등 총 사상자 수가 108만 명에 달한다는 암울한 통계를 공개했다. 경제적 피해도 엄청나다. 당장 러시아의 경우 3000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자산이 동결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우크라이나 또한 건물과 인프라 등이 파괴되면서 120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내 나라, 내 아이를 지키겠다’며 시작된 전쟁이 되레 양쪽 모두를 잿더미로 만들고 100만 명이 넘는 사상자만 남긴 것이다.
전쟁의 정체성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푸틴을 악마화하고,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를 피해자로 보는 지배적 여론을 ‘유럽과 미국에 편향된 평가’라며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영웅인가부터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서방이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정당한가 등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과 나토의 ‘도발’로 인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는 친 러시아적 주장과 함께 전쟁을 선악의 구도로 보는 이분법적 관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최근 러시아에 파병된 것이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 군이 SNS에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도움을 배신으로 갚는다는 국민의 비난도 높다. 우크라이나 아조우 여단 크로테비치 장군이 했다는 ‘분단을 영원히 끝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회’라는 말은 노골적으로 대한민국을 선동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3차 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는 언급도 인류를 재앙으로 내몰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극우와 백인우월주로 상징되는 아조우 여단. 어쩌면 전쟁의 빌미를 준 우크라이나 군의 무례하고 이기적인 발언은 결코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아이를 지키겠다’는 가치와도 어긋난다. 자신들의 전쟁을 확산시키려는 우크라이나, 인류를 볼모로 자신들만 살겠다는 그들의 분별 없는 발언이 안타깝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