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승현> 강진의 선물, 백운동 전시관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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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이승현> 강진의 선물, 백운동 전시관 개관
이승현 강진백운동전시관장
  • 입력 : 2024. 10.23(수) 17:26
이승현 동주
200년전 다산 정약용은 사도세자 사부였던 동강 이의경이 공부하고 수양했다는 백운동 원림과 월출산을 찾았다. 일행은 날은 저물고 날씨가 추워지자 월출산행을 중단하고 백운동 원림으로 가서 하룻밤 유숙했다.

다산은 초당으로 돌아가서 백운동 원림의 풍광과 주인장의 환대를 잊지 못하고 12승경을 시로 짓고 초의선사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여 백운첩을 만들어 백운동 6대 동주 이덕희에게 선물 했다.

이런 진귀한 작품들이 개인의 서랍에 묻히고 훼손되고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강진군이 유물과 작품들을 보존하고 전시할 전시관을 건립하고 10월 22일에 문을 열었다.

호남의 3대정원이니 한국의 대표전통정원등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백운동 원림이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꽃이라면 이번에 새로 문을 연 전시관은 열매요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관에는 고기며, 생선, 떡이며 과일들 산해진미가 가득하다.

전시관은 세가지 주제로 꾸며져 있는데 첫 번째는 백운동 원림을 조성하고 가꿔온 원주이씨들의 삶과 궤적, 백운동 원림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에 반대하다 가문이 참화를 입고 호남으로 이거하고, 다시 가문을 일으켜 의주부윤, 함경도병마절도사, 충청수사, 을묘왜변때 최초의병장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였는데 가문과 종가를 일으키고 유지하려는 500여년의 흔적과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족보, 선대들의 문집과 친필 글씨를 모은 유묵들은 물론 사주단자, 서간등 당시의 선비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도 볼 수 있다. 특별 전시물로는 집안에서 소장되어 전승된 사초(史草)다. 사초는 조선조 정치, 경제, 사회사건들은 물론 왕실의 권력 다툼등이 기록된 극비문서로 왕조차도 볼 수 없었다.

사초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왕조 실록으로 편찬되었는데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백운동 전시관에서는 실물 사초 진본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백운동 원림을 찾았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흔적과 그들이 남긴 작품들이다. 다산의 백운첩이 대표격이다. 백운동 원림은 명원(名園)으로 알려져 많은 명사들이 찾아왔고 그들이 남긴 시문이 수백편이다. 다산, 초의, 소치등의 시서화와 추사 김정희 이광사등이 남긴 편액과 글씨도 볼 수 있다.

특히 사도세자 사부를 지낸 동강 이의경의 초상화가 눈에 뛴다.

조선시대 승려화가 색민(色敏)의 작품이다. 유학자이면서 불교에 심취한 이의경의 정신세계까지 담은 조선시대 인물화의 걸작이다.

가만히 응시하다보면 죽음 너머의 사후세계, 영적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세 번째는 백운동 차(茶)문화이다.

다산 정약용은 차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차애호가 였고, 초의선사는 다선(茶禪), 다성(茶聖)으로 일컬어지는 한국 차의 종장이다. 두 사람 모두 백운동원림 7대 동주 이시헌과 스승제자관계로 다산차, 초의차의 산실은 백운동 원림이다. 후대 이한영에 이르러 백운옥판차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차브랜드로 탄생하였다. 우리나라 차문화사의 중요한 저작인 강심, 다산의 유일한 차 제조법이 백운동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조만간 다산의 차 제다법으로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체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작가로서는 이매리 작가의 백운첩을 재해석한 독특한 작품과

이이남 작가의 디지털 아트 작품도 있다. 이이남은 미디어 아트의 세계적 작가로 백운동 원림의 사계(四季)를 미디어로 풀어내 관람자들에게 선보인다. 박제된 그림에 생명을 불어 넣은 ‘움직이는 명화’작품을 통해 명성을 얻은 작가의 작품으로 자칫 볼거리가 없는 그저 그런 전시관을 벗어나게 해주면서 특히 젊은 세대들의 발걸음 멈춰 세운다.

백운동 전시관의 전시작품들은 세계적이거나 화려하지는 않고 수수하고 고유하다. 과거의 사람과 역사를 호출하여 그 시대를 증언하고 오늘의 사람들과 공명한다.

유럽의 세계적 명화들, 피카소나 모네, 고흐나 클림튼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쉽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백운동 전시관의 전시물들은 백운동 전시관에 와야만 볼 수 있고 감상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월출산과 녹차밭, 백운동 원림과 무위사, 월남사, 이한영 생가까지 포진한 월출산 권역은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의 발코니이자 테라스다. 특정 장소를 찍고 지나가는 관광이 아니라 보고, 생각하고, 공부도하며 쉬어가는 여행의 장소가 될 것이다.

소설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우리가 예술가들에게 진정 고마워해야 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수만큼 다양한 세계를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의 수 많은 미술관 유물관이 있지만 강진 백운동 전시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들과 또 다른 세계를 느끼게 해줄 것이니 그 가치와 존재이유가 충분하다.

곡식을 물에 불려 밥을 하면 그 모양과 맛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곡식에 누룩을 보태면 그 형태와 맛이 완전히 다른 술이 되고 그 가격과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예술이든 사업이든 경제든 실패와 성공, 삼류와 일류를 가르는 핵심이다. 개인이나 기업, 지자체나 국가간 차이도 이것에 실마리가 있는데 특히 강진군의 경우가 수많은 지자체중에서도 실마리를 찾고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전 국민에게 선물이 될 강진백운동전시관도 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