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는 시장에 불안감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수년 전부터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인 대만의 TSMC를 능가하겠다며 전력을 기울였지만 오히려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에서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커졌다. 아성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마저 HBM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만년 2위인 SK하이닉스에 뒤짐으로써 HBM 반도체 시장을 통째로 SK하이닉스에 바치고 말았다. 뒤늦게 HBM 반도체를 개발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아직까지도 엔비디아의 성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도 고가 폰은 애플에게 저가 폰은 샤오미 등 중국기업에게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지금의 삼성전자를 보면 인텔의 몰락이 생각난다. 경영인 크르자니크의 실수로 CPU 반도체 시장의 황제로 자리 잡았던 절대강자 인텔은 지금 수조 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신세로 내몰렸다. 절약을 강조하며 재무에 눈을 돌리고 기술에 잠시 한눈을 팔아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락해 버린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크르자니크 취임 전, 스마트폰 칩 개발을 하찮게 넘겨버렸던 일화도 인텔의 추락에 한 몫을 했지만 시장은 크르자니크를 인텔 추락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삼성전자도 최근 몇 년 전부터 공을 들여 채용했던 AI 관련 기술 인재 등이 많이 퇴사해버리고 몇 명 남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 삼성전자는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의 회사 1위를 수년간 차지했었는데 올해는 3위로 밀렸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기술의 삼성을 외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술로 먹고사는 회사는 한시라도 인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인재를 아끼고 소중히 하는 기업은 그만큼 보답을 받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삼성전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늦기 전에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국민기업 삼성전자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