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철 전 대표이사 |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고려 현종 시절(1018) 전라도 정도를 시작으로 조선 초기까지 8도 체제가 갖춰졌다. 전라·경상·충청·평안·함경·경기·강원·황해도가 그것이다. 이러한 8도 체제가 500여년간 지속되다가 조선 고종 시절(1896) 남부권의 전라·경상·충청도와 북부권의 함경·평안도를 남북으로 나누어 13도 체제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13도 체제 이후 무려 128년동안 특별·광역시 도입, 일부 도·농 통합 및 시·읍 승격, ‘특별자치도’·‘특별자치시’ 도입 등 미세한 조정만 이루어졌다. 1세기가 넘는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된 제반 여건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야 지방 주도의 행정구역 개편과 광역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시ㆍ도 통합을 시작으로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의 ‘부ㆍ울ㆍ경 메가시티론’, 광주시와 전남도 통합 등이 제기되었으나, 시들해진 상태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여ㆍ야 정치권의 리더 가운데 어느 누구도 행정구역 개편의 의미와 당위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꺼내들 리는 만무하다, 더욱이 행정구역 개편을 추인해야 할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행정구역 개편을 선거구 조정으로 오해해 소극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난제로 보인다. 필자는 이러한 안타까움 속에 기회 있을 때마다 행정구역 개편을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모두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지역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이라는 염원의 해답은 오랫동안 묶여 온 행정구역을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행정구역을 개편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행정학회를 중심으로 경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켜 국가ㆍ지방경쟁력을 상승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하여 DJ정부와 노무현정부 때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공동으로 행정구역 개편에 합의하고, 국정 100대 과제로 설정하여 추진 움직임이 있었으나, 역시 정치권의 소극성과 후속조치 미흡으로 소멸된 바 있다. DJ정부나 노무현정부 모두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행정구역 개편에 나서지 못한 것이 주요 이유로 추정된다. 현 정부도 여소야대 정국에다 여ㆍ야가 말로는 민생을 부르짖고 있지만, 속셈은 2027대선에 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만 커져간다. 지금은 UN이나 OECD가 대한민국을 크게 걱정할만큼 비상한 시점이라는 사실을 여ㆍ야가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요컨대, 대한민국이 대외적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대내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혁신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모든 지역이 독특한 비교우위자원을 토대로 한 특색있는 먹거리를 개발해 활력있게 살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여ㆍ야ㆍ정은 경제권ㆍ생활권이 같고, 지역주민의 정서까지 일치한 행정구역으로 개편해 모든 지역이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총체적으로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수도권은 체증으로 고통받고, 비수도권은 소외를 넘어 소멸 단계까지 이르는 기형적인 국토공간을 혁신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바꿔야 한다. 요사이 여ㆍ야 모두 부쩍 민생을 강조하는데, 진정한 민생은 보조금 주고 세금 깍아주는 것보다 행정구역 개편과 같은 국가기강을 바로잡는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효율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모든 지역이 독특한 브랜드를 가지고 특색있게 잘 사는 국토공간을 구축하는데 앞장서는 정당이나 인사가 다음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