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
올 추석 지역 스포츠 애호가들에게 딱 들어맞는 덕담이 됐다. 추석 당일 광주를 연고로 한 KIA타이거즈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시민프로축구단인 광주FC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첫 경기에서 일본 J리그 요코하마를 상대로 7대 3의 대승을 거두었다. 추석 연휴에도 짜증나는 폭염 특보가 계속됐는데 지역 연고 야구단과 축구단이 그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해소해 주었다.
연휴 기간 내내 섭취한 고칼로리 음식 때문에 무거워진 몸은 동네 산책에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러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제17회 파리 패럴림픽 남자 탁구 단식, 우리 아파트의 자랑 김영건 선수 금메달 획득!’이라는 현수막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난 파리올림픽은 여러 경기를 일부러 찾아서 보았는데, 이번 패럴림픽은 뉴스에서 한두 번 짧은 소식을 들은 것 말고 많은 경기를 보지는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필자가 시청 가능한 시간에 패럴림픽을 중계해주는 채널이 너무 적었다. 패럴림픽 폐막 후 일주일이 훌쩍 지난 후에야 내걸린 현수막 덕분에 영광스런 금메달리스트가 우리 지역, 우리 동네 주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패럴림픽(Paralympics)은 ‘대등한, 함께’ 라는 의미의 ‘para’와 올림픽‘Olympic’이 합쳐져 ‘다 함께하는 올림픽’이라는 의미를 담은 장애인 올림픽을 말한다. 1948년 2차 세계대전에서 척수장애를 당한 전역 군인들의 재활을 위한 운동 경기 요법이 시초가 되었다. 금메달 수는 올림픽에 비해 패럴림픽이 훨씬 많다. 이번 파리올림픽의 금메달은 329개, 패럴림픽 금메달은 549개로 올림픽 보다 1.7배 많다. 경기 종목의 수는 비장애인 올림픽이 32개, 패럴림픽이 22개로 적지만, 패럴림픽은 장애 부위와 정도에 따라 세부 종목이 나뉘기 때문에 메달 수가 더 많은 것이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은 대회 최초로 올림픽의 슬로건과 패럴림픽의 슬로건이 같았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활짝 열린 올림픽 대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프카니스탄, 남수단 등 난민국 출신 선수들도 난민팀으로 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참가하였다. 그동안 경기장에서 열렸던 개회식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야외인 센강에서 열렸고, 패럴림픽의 개회식은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콩코르드 광장 등에서 진행되었다. 올림픽 마라톤 경기 코스를 그대로 이용하여 파리 도심 일대에서 ‘모두를 위한 파리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 일반인들도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이벤트엔 2만 여명의 전 세계 러너들이 참여하였다.
패럴림픽은 장애인이 가진 잠재력을 세상에 알리는 소중한 계기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경기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선수들이 갖게 될 자부심과 성취감뿐만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는 장애인들에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함으로써 사회적 참여를 촉진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또한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에 대한 이해와 인식 개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지극히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장애인 생활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체육은 생활체육에 비해 전문체육 중심으로 추진되었고, 장애인 체육 참여율은 24.2%로 비장애인의 체육 참여율 60.5% 보다 훨씬 낮다. 장애인들의 운동 목적은 건강 및 체력관리 82.9%, 재활치료 11%로 나타나 향후 장애인 체육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활성화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반다비 체육센터는 장애인 및 비장애인이 생활권 내에서 함께 언제라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스포츠 공간이다. 광주광역시는 남구와 북구에 반다비 체육센터를 운영 중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체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차별없는 스포츠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반다비 체육센터 이외에도 장애인의 접근이 쉬운 곳에 공공체육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장애인이 거주시설을 벗어나 운동을 하거나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을 하기 위한 이동권 보장 등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과 관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고, 장애인 체육 인구가 늘어났을 때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영건 선수와 같은 우리 동네의 자랑이 더욱 많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