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죽음의 강이 1300만명 찾는 도심 명소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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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발위>"죽음의 강이 1300만명 찾는 도심 명소 탈바꿈"
‘Y프로젝트’로 영산강 100리길 되살리자 <4>태화강의 기적
하수 방류 수질기준 엄격 적용
분류식 하수관거 오·폐수 처리
하천 유지용수 활용·기후 대응
생태 보고· 수상 스포츠 '메카'
‘국가정원’ 넘어 박람회 유치도
  • 입력 : 2024. 09.11(수) 17:47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다시 태어난 울산 태화강이 울산 도심과 국가정원을 품에 안은 채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울산 도심 하천 태화강이 연간 1300만명이 찾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했다. 생명체가 살 수 없었던 6급수의 태화강은 민·관, 기업 등의 노력으로 되살아났다. 1급수의 수질을 유지하자 어류와 조류가 다시 찾는 생태보고로, 해마다 수영, 카누, 조정대회가 열리는 수상 스포츠 메카로, 울산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친수공간으로 변모했다. 2019년 태화강변은 순천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로 국가정원이 됐고,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우뚝 설 전망이다. 과거 울산시민들 조차 외면했던 태화강은 이젠 울산의 자랑거리다. 민선 8기 광주시가 내놓은 ‘영산강 100리길, Y프로젝트’는 태화강 프로젝트와 방향성이 흡사하다. 10여년 만에 ‘태화강의 기적’을 일군 울산시의 수질개선 노하우, 생태변화, 친수공간 활용 방안을 통해 광주시 ‘Y프로젝트’의 성공 좌표를 설정해 봤다.

울산시와 시민, 기업 등은 태화강 주변의 농경지 등을 자발적으로 매입해 공원을 만들어 오염수 등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수질개선에 앞장서 왔다. 사진은 태화강 농경지(좌)가 공원(우)으로 바뀐 모습. 울산시 제공
●태화강 ‘1급수’ 변신 비결은

1996년 숭어 떼죽음 사건을 계기로 울산시는 태화강 수질 개선에 공을 들였다. 이 기간 가장 중요한 사업이 바로 빗물과 폐수를 따로 처리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작업이다.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은 공장과 주거의 오·폐수를 빗물과 따로 분류해 오·폐수는 하수 처리장을 거쳐 하천이나 연안으로 방류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울산은 분류식 하수관거 비율이 100%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비올 때 몰래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반면 분류식 하수관거 비율이 낮은 광주시의 경우 작은 비에도 광주천과 영산강으로 오·폐수가 섞인 빗물이 유입되면서 수질악화의 주범이 돼 왔다.

울산 하수처리 시설은 공업 도시 특성상 공업용 하수 처리를 감안하고 설계돼 처리 능력이 매우 높다. 울산 태화강 유역 내 수질개선 사업소는 총 5곳으로 이들 처리장에서 하루 55만7000㎥ 수준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태화강에 하천유지수를 방류하는 언양·굴화수질개선사업소는 하수 수질개선 기준이 까다롭다. 지난 2019년 준공된 언양수질개선사업소 하수 3차 처리시설의 방류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이 2.95ppm에서 1.71ppm으로 42% 줄어들고, 질소(T-N)는 8.08 ppm에서 5.67 ppm으로 30%, 인(T-P)은 1.0ppm에서 0.2ppm으로 80% 감소하는 등 수질을 크게 개선시켰다. 하루 8만 여 ㎥ 규모의 깨끗한 하수 처리수가 태화강 유지수로 활용되면서 농업용수 공급 및 공공수역의 수질 개선 등의 기후 위기에도 대비하고 있다.

울산시의 수질개선 노력으로 태화강은 상·중·하류 모두 고른 수질을 갖고 있다. 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 태화강의 27년간 수질개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태화강 수계 10개 지점 전체에서 BOD가 ‘좋음’ 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염이 심각했던 하류지역(삼호, 태화, 학성, 명촌)의 BOD 평균농도는 1997년 10.0㎎/ℓ에서 2023년 1.6㎎/ℓ로 9배 넘게 개선된 걸로 나타났다. 태화강 수질개선을 통해 울산 앞바다의 수질도 좋아졌다. 과거 태화강은 바다오염의 주범인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농축산 폐수를 바다로 흘러 보내는 통로로 전락했었다.

태화강 하상교 밑에 조성된 ‘은하수 다리’ 아래로 울산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생태보고 넘어 수상스포츠 메카

총 연장 47.5㎞인 태화강은 이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 Ⅱ급인 삵 등 모두 453종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 됐다. 수질개선 노력에 힘입어 국가하천으로 거듭난 것이다.

울산에서는 태화강 생태계와 철새 등 야생 동·식물 서식지를 보전하고자 2003년에는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2008년 태화강 일원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여름 철새이자 대표적인 습지 서식 물새로 잘 알려진 백로류(7종) 8000여 마리가 3월부터 날아와 번식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백로의 번식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탐조 전망대도 갖췄다.

겨울철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태화강에서 월동하는 등 도심 속 대규모 철새도래지로 장관을 이룬다. 2021년 5월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EAAF150)로 등재됐다.

태화강은 생태보고를 넘어 각종 수상 스포츠 메카로 우뚝서고 있다. 전국수영대회, 세계 드래곤보트 대회가 매년 개최되며, 올해에는 세계명문대학 조정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태화강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울산시는 수상스포츠와 연계한 다양한 체험과 체류형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홍보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태화강 국가정원 모습.
●‘국가정원’…국제정원박람회 유치

태화강은 2019년 7월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강변에는 생태정원, 대나무정원, 무궁화정원 등 6개 주제로 20개 이상의 세부정원이 조성돼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 서쪽에는 10리(약 4㎞) 구간의 23만6600㎡ 대나무군락지인 십리대숲도 있다. 특히 ‘십리대숲 은하수길’은 수십대의 LED 조명과 등기구를 설치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태화강은 연중 축제 분위기다. 6월에 울산을 방문하면 태화강 외에도 태화강 마두희 축제(6월 14~16일), 장생포 수국축제(6월 7~20일)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태화루, 고래문화특구, 반구대암각화 등 다양한 관광지도 볼거리다.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의 큰 장점은 바로 접근성이다. 울산시민 뿐 아니라 국가정원과 십리대숲 등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도 줄을 잇는 이유다. 태화강 국가정원 관람객은 2023년 530만명이던 것이 올해 7월 현재 466만명에 달했다.

태화강은 올해 새로운 역사를 썼다.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가 지난 8일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도시로 울산시를 선정했다. 울산은 순천시에 이어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국내 두 번째 도시가 됐다. 태화강 수질개선 노력의 결과다.

울산시는 국제정원박람회를 2028년 4월부터 10월까지 태화강 국가정원(84만㎡)을 중심으로 삼산·여천 쓰레기 매립장(35만㎡)과 남산로 일원(2만㎡)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1000만명이 찾은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준으로 방문객 130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 효과는 생산 유발 3조1544억원, 부가가치 유발 1조5916억원, 일자리 창출 2만5017명으로 추산했다.

생태 환경을 되살린 울산 태화강 스토리는 이번 국제정원박람회의 핵심 주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죽음의 강인 태화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생태·정원의 도시’ 울산을 알려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최권범·김성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