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병한>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지역문화관광 활성화 방안 제안 :브랜드 공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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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병한>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지역문화관광 활성화 방안 제안 :브랜드 공연 만들기
김병한 한국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입력 : 2024. 08.27(화) 17:53
김병한 한국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7월 20일 토요일 저녁 어슴푸레할 무렵, 영암읍 달마지복지센터 앞 주차장은 공연장으로 변했다. 영암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 등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약 1시간 30분 동안 월출산을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음악에 취했다.

이날 공연의 타이틀은 ‘월출산 아래 콘서트, 달 뜬 밤에’였고, 초대가수는 신촌블루스 출신의 보컬리스트 ‘강허달림’이었다. 강허달림은 이날 공연을 위해 멀리 제주에서 와서 영암에서 하룻밤 자고 공연을 준비했다.

오전부터 이날 공연의 기획을 맡은 영암군농촌활성화지원센터의 김창헌 센터장과 함께 땀을 흘리며 어둑해질 무렵의 공연장을 아름답게 수놓을 야외용 전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등선을 매달게 될 강철 와이어는 이미 공연 전날부터 공연을 함께 준비한 위드석봉협동조합의 이훈 대표와 함께 작업을 해놨다.

오후 2시경부터 음향을 체크하기 시작했고, 약 3시경부터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이날 반주자로 참여한 재즈피아니스트 민경인의 리허설은 그날 공연의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과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민경인은 가수 이은미가 가장 즐겨 찾고 아끼는 피아니스트였고 본인의 앨범도 발매한 뮤지션이었다. 물론 음악을 잘 모르는 필자 입장에서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민경인이 누구야?”라는 생각을 언뜻 했을 뿐이다. 하지만 현장 리허설에서 그의 연주는 평소 여러 음악을 즐겨듣는 편인 필자에게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마치 그가 내 귀에 대고 “내가 민경인이다!”라고 소리치는 듯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순간의 충격적 경험의 배경이 민경인이라는 개인의 음악적 역량인지, 재즈라는 장르의 매력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면 품질 좋은 악기와 스피커를 동원한 라이브의 힘인지 또는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리허설이 끝나고 한참동안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본격적인 공연은 오후 7시부터 브리앙트의 오프닝 무대로 시작되었다. 브리앙트는 관객들로부터 앵콜을 요청받았지만 아쉽게도 프로그램 진행상 어려움이 있었다. 강허달림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민경인의 피아노 연주와 최진배의 콘트라베이스 연주, 조규원의 드럼 연주가 어우러진 여름밤에 어울리는 ‘썸머 타임’과 ‘대니 보이’라는 재즈명곡이 울려퍼졌다. 저 멀리 월출산과 해저무는 저녁 노을이 배경이 되어주며 공기마저 아름답게 만드는 연주가 영암읍 한가운데 달마지복지센터 앞 광장에서 흘러넘쳤다.

연주자들이 두 곡을 연주하고 나니 강허달림이 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평소 바지를 즐겨입는 강허달림이 이날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의상이었다. 첫곡 ‘괜찮아요 블루스’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괜찮아요’라며 무심한 듯 반복하지만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에 위로를 주는 가사와 약간은 낯설고 묘한 매력적인 보컬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곡 ‘한번쯤은 좀 어때’에서는 유쾌한 가사 내용에 나도 모르게 빙긋 웃음이 나오면서도 무대에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세 번째 곡 ‘그러면 돼’부터는 환호하는 관객들과 무대가 하나되는 듯한 경험을 했다. 강허달림의 목소리에는 무엇이라고 정확히 콕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강력한 흡인력 같은 게 있었다.

필자는 이번 공연을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전남의 시·군마다 지역적인 특색을 갖추면서도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요소를 찾아서 정기적인 브랜드 공연을 만든다면 어떨까? 영암은 월출산이라는 빼어난 자연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월출산 아래 콘서트, 달 뜬 밤에’ 공연은 이런 자연 자원을 관광자원이자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시도였다고 감히 평가해 본다. 이처럼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된다면 지역소멸을 극복하고 지역문화관광이 활성화되어 ‘올 만하고 살만한 우리 지역’을 만드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