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종 전남도의원 |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전시물에 강제노역을 명시하고 피해자의 증언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가 등재에 동의한 것은 일본 대사의 불확실한 약속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는 결국 과거의 아픔과 국민의 실망으로, 나아가 철저한 외교실패로 돌아왔다.
또한 이러한 사실들을 묵인하고 동의한 것에 그치지 않고 외교부는 일본 대표가 언급한 “모든 노동자”라는 표현을 “한국인 노동자”로 수정해 인용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전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불어 사후 정당화에만 급급했던 외교부의 입장발표는 국민의 이해를 얻기보다는 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민족의 역사에 큰 오점을 가져왔다. 또한 ‘왜 국민에게 이러한 고통을 또다시 안겨주는가?, 무엇이 국가에 이득이 되기에 식민지 정책과 인권 침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민족의 아픔이 서려 있는 등재에 동의했는가?’라는 의문까지 남겼다.
이번 사도광산의 등재는 여러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다. 단순히 역사 왜곡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며, 지금까지 힘들게 주장해왔던 세계 속 역사적 진실에 대한 한국의 주장이 국제적으로 약화 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다른 국가들과의 역사적 진실을 둘러싼 외교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이런 독단적인 결정은 앞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전례가 될 것이며,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다시 판단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른 것보다도 강제노역했던 피해자들의 증언을 포함하는 것만큼은 이번 등재 논의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다뤄졌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민족의 존엄성과 정의를 지키기 위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 부분을 관철하지 못한 것은 피해자들에게 민족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행위가 된 것이다.
전례를 보더라도 일본 정부는 2015년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의 세계유산 등재할 때 권고에 따라 1940년대 강제노역 사실을 안내판 등에 표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금까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이번에도 이행하지 않으리라 판단되며, 이에 더해 왜곡할 가능성까지 농후하다.
물론 일본 정부의 태도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다. 2024년 7월 27일 일본이 축배를 들 때, 우리 선열들은 다시 피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또한, 이 무거운 과거에 대한 진실 외면은 일본뿐 아니라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와 관계자들의 책임으로 남아 또 하나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책임자들은 현재의 선택이 후대에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 사태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역사는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에게 결코 미래를 허락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단순한 문화유산 하나의 등재를 넘어,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적 진실과 정의를 세계 속에서 얼마나 잘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향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외교적 방안을 빠르게 강구하며, 역사적 진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절실히 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이 가져온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역사와 국민의 분노를 되살렸다는 점이다.
이 아픔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