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정상연>슬기로운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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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정상연>슬기로운 취미생활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문화학박사
  • 입력 : 2024. 08.07(수) 17:29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되면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 위해 상대의 취미를 물어볼 때가 있었다. ‘나’ 때는 그랬던 거 같다.

남녀가 처음 만났을 때나 크고 작은 공동체 활동을 시작할 때 “혹시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기도 하고, 본인소개를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좋아하거나 즐기는 취미활동을 말하기도 했던 것이다.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거나 좀 더 그럴싸한 취미로 포장해야 할 때는 중국음식점의 자장면이나 짬뽕처럼 ‘독서’, 아니면 ‘음악 감상’ 등으로 일반화시키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순수함이 묻어있는 나만의 개성이요, 나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처럼 다양하고 다원화된 최첨단 사회에서는 각자의 취미를 ‘이것이다. 저것이다.’로 쉽게 답할 수 없게 되었다. 나만의 개성을 한두 가지로 단순 규정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취미(趣味)를 사전에서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취미, 오락, 여가, 기분전환 등을 뜻하는 영어단어 pastime(패스타임)도 ‘시간을 보내는 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사유로 개개인에게 ‘무엇이다’로 규정짓는 취미 또는 이러한 활동이 꼭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취미나 아니면 의무감에서 비롯된 여가활동에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바이올린,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배우거나 연주를 못해도, 그림을 그리거나 전시회장을 가지 않더라도, 골프를 즐기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들바람에 나뭇가지가 흩날리는 모습, 휴일 오후 TV드라마를 감상하거나 달콤한 오수(午睡)를 즐기는 단순함도 나를 기쁘게 하는 일상이며 취미일 것이다. 또 가벼운 옷차림으로 해질녘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나름의 호사가 될 수 있음이다. 결국 무엇이든 지금의 내 삶에 기쁨과 위안만으로도 무(無) 취미가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보기도 한다.

필자에게도 특별한 취미는 없다. 그때그때 유행에 기대거나 상황에 따라 몇몇 것들을 흉내 내기도 하고, 또 큰맘 먹고 시작한 일들은 채 3일 가기가 어렵다. ‘부지런함’이나 ‘끈기’라는 단어에 미안함이 들 정도다.

하지만 주위를 살피면 여가나 취미활동을 구체화 시키고 꾸준함으로 발전된 자아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는 문화생활이라는 이름의 품격 있는 자존활동을 일컫는다. 맛집을 찾아 헤매거나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니는 일차원적 소비활동이 아니라 자아실현과 자기존중 그리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고자하는 본인만의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러한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늘 활력과 열정이 넘쳐 보인다.

이에 각 지자체와 소관 부처에서도 시민들의 삶의 질과 생활문화 향상을 위한 정책개발에 힘을 더하고 있다.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족함도 있고 각자의 선택의 폭이 좁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지금부터는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주어진 공평한 시간, 즉 취미활동을 위한 개개인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유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나의 주체적 취미활동을 통해 오늘의 나는 내일의 새로운 나로 탈바꿈 할 수 있음이다. 훗날 개개인에게 드러나는 결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취미 생활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젊거나 늙었거나 여성이거나 남성이거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우리 모두가 취미활동을 맘껏 누리기를 소망한다. 이를 통해 삶의 긍정적 의미와 에너지가 생성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취미 부자가 되어보자. 오늘의 문화적 토양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