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엄지성이 지난 5일 광주시청 로비에서 EFL 챔피언십 스완지 시티 AFC 이적과 관련 환송식에 참석한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광주FC 제공 |
광주 구단은 지난 3일 엄지성의 스완지 이적을 공식 발표했으나 이적료와 옵션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 이어 5일에는 광주시청 로비에서 환송식을 열고 유럽 무대에서의 성공을 기원했다.
구단 외부적으로는 축제 분위기로 보였으나 이적 협상을 직접 마무리했던 노동일 대표이사가 격노하는 등 정작 내부에서는 초상집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합의 내용을 알리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일부 직원이 노동일 대표이사를 찾아가 엄지성을 보내야 한다고 채근했다. 당시 책정된 이적료는 70만달러에 불과했다”며 “심지어 특정 에이전트에게 이적 추진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했다. 이정효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운영팀장은 이러한 사실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원인으로 광주FC 사무처 직원의 보고 누락과 미숙한 이적 협상이 꼽힌다. 이정효 감독은 올 시즌 해당 부서를 두고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구성원들이 열심히 하는데 특정 파트의 문제로 구단 전체가 욕을 먹는다’고 비판해왔다.
사무처 직원 A씨는 스완지로부터 70만달러(약 9억7000만원) 규모의 최초 이적료 제안을 받은 뒤 선수운영팀장을 건너뛴 채 간부 B씨에게 보고했다. 이후 함께 노동일 대표이사에게 이를 수락할 것을 설득했고, 특정 에이전트에게 독점 협상권을 제공하기 위한 위임장도 작성했다.
이 사실을 이정효 감독이 인지하면서 광주 구단은 뒤늦게 해당 에이전트를 배제하고 노동일 대표와 선수운영팀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 이적료 120만달러(약 16억6000만원)에 최종 합의를 이뤘다. 내부적으로 책정했던 150만달러(약 20억7000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광주 구단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통상적인 업무처리였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이동과 인사위원회 회부 등 후속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전남일보와 통화에서 “특정 에이전트에 독점 협상권을 준 것은 맞다”면서도 “구단이 선수를 시장에 내놓는 경우 복수의 에이전트에 위임장을 써줬으나, 선수 에이전트를 통해 구단의 제안이 오는 경우 검토 후 독점 협상권을 줘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문제를 일으킨 직원의 경우 선수운영팀장의 의사를 듣고 현재 보직을 유지할지 타 부서로 이동할지 결정할 계획이다”며 “인사위원회 회부 등 징계 절차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이정효 감독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엄지성의 이적 협상 과정 중 ‘할 이야기가 많다. 절차가 마무리되고 따로 문의해 주시면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겠다’고 예고했던 대로였다.
이 감독은 전남일보와 만나 “우리 구단이 시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만큼 엄지성은 광주시의 자산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선수를 이렇게 보낸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A씨가 엄지성에 대한 최초 제안을 받은 뒤 보고 절차를 무시한 부분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출발점 자체가 잘못되면서 엄지성의 이적료가 헐값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감독은 “직원 두 명이 교대로 대표이사실을 찾아가 설득한 것은 문제가 크다. 만약 노동일 대표이사님이 제게 묻지 않았으면 코칭스태프와 선수운영팀장도 모르는 사이에 이적이 결정됐을 것”이라며 “여러 구단이나 에이전트가 경쟁했으면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었는데 독점 협상권을 준 것은 비상식적이다”고 지적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