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으로 일하러 가는 북한 노동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
첫째, 푸틴 대통령의 국제 제재 재조정의 배경과 내용은 무엇인가? 푸틴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질 수 있지만, 정치적 이유로 노동 이주와 관련된 특정 제재는 북한 인민에게 인도주의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대북 개별 제재도 나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레닌그라드 봉쇄에 비유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저는 레닌그라드 출신이고, 레닌그라드가 제2차 세계대전, 위대한 애국 전쟁 중에 경험한 일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굶어 죽던 봉쇄였다. 나의 형이 봉쇄 중에 사망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부과된 제재 중 일부는 가볍게 말하면 어쩐지 매우 이상해 보인다. 지금 북한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요? 가족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딘가에서 돈을 벌어 아이들에게 먹일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정치적 이유로 부과되는 제재가 현대적 수준의 인간 발전에 부합하는가요? 북한 가족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이게 인간적인가요? 우리 모두는 이번 제재 결정에서 어떻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에 관해 나는 오늘날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를 수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유엔의 대북제재 조항 중 일부 조항은 시대에 뒤떨어져 폐지되어야 한다. 미국의 합의에 따라 제안되고 합의된 개별 문서는 모든 힘과 의미, 채택된 인도주의적 원칙을 상실하므로 우리는 이 작업을 시작하고 계속할 것이다. 사람들이 말했듯이 물은 돌을 닳게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세계 상황이 바뀐 만큼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유엔 안보리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오직 광범위한 합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2024년 3월 28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전문가 그룹(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권한을 연장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거부했다. 이 문서는 2025년 4월 30일까지 연장을 제안했다. 그러나 표결에 앞서 러시아 대표 바실리 네벤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연합이 북한을 질식시키려는 전례 없는 정책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6월 12일에는 대북제재 체제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둘째, 북한의 해외 노동 인력 정책과 현황은 어떠했는가? 2011년 12월 17일 이후 김정은 시기 초기 북한의 러시아 노동력 수출은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은 떠나고 있었지만, 북한인들의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이는 북한의 임금이 너무나 낮았기 때문에 러시아 상황(루블화 하락)에도 노동력 송출을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방인 북한 노동자들의 고용허가 할당을 늘리는 우호적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2015년 3월 31일 기준 러시아 내 북한인은 4만 7천364명이었다. 특히 김정은은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 계절노동자를 파견하여 외화 비축을 하였다. 이들은 취업 비자를 받고 오지만 엄청난 저임금을 받았다. 북한 당국은 이들이 받는 월급에서 충성자금 명목으로 거둬 갔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강행으로 북한 지도부의 자금줄을 끊어야 한다는 국제여론이 높았지만,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와 같은 상황이 보였다. 북한 김정은도 집권 이후 최대한 많이 내보내라고 지시할 만큼 해외 노동력 수출에 큰 비중을 두었다. 특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줄어든 외화 수입을 충당하고 국제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파견은 더욱 늘어났다.
이후 유엔은 2017년부터 북한 노동력 사용을 금지했다.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주민에게 취업 허가를 발급하는 것을 금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97호 협상에서 러시아 측은 북한 이주노동자들의 즉각적인 추방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었다. 2017년 9월 11일 이전에 고용계약을 체결한 북한 근로자는 러시아에 2년 더 체류할 수 있으며 계약 의무가 완료되면 러시아를 떠나게 되었다. 결국 러시아는 2019년 12월 22일까지 러시아 연방을 떠나야 한다고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노동자에 대한 결의안을 적시에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연방에서 활동하던 수십 개의 북한 기업이 문을 닫았고, 모두가 북한으로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에 취업 비자를 갖고 있는 북한인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북한 주민은 러시아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었다. 따라서 북한인들은 몰래 일하였다. 최근 국가법인등기부의 정보에 따르면 약 70개 북한 조직이 러시아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러시아 연해주에 위치해 있다.
2017년 말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동참하기로 결정했을 때, 러시아 영토에서는 노동 허가를 받은 3만 2천 명이 일하고 있었다. 이 중 약 80%가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 당시 북한 근로자의 53%가 극동(연해주와 사할린) 및 이르쿠츠크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소규모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집거하고 있었다. 러시아에 있는 거의 모든 북한 노동자들은 30세 이상의 기혼 남성이었다. 일부 여성은 주로 섬유 및 식품 산업 기업에 고용되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북한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나 요리사로 일해 온 북한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셋째, 러시아의 이민 정책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오늘날 러시아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러시아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7월 러시아 실업률은 역사적 최저치에 도달하여 3%로 떨어졌다. 연방이민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러시아에는 약 3만3000명의 북한 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는 유엔 대북제재가 이루어졌던 기간에도 대부분이 출국하지 않고 러시아에 머물렀던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23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북한 건설노동자들의 러시아 유치 논의는 활발히 진행됐었다. 북한은 극동 지역의 노동력 수요가 증가하자 러시아에 더 많은 노동자를 파견하기 시작했다. 2024년 2월 초에는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300여 명이 기차를 타고 러시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민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중앙아시아 노동자들의 노동력에 의존하기보다는 북한 노동력 유치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건설현장에서 북한 근로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플레하노프 러시아 경제대학 일리아스 자리포프 교수는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를 부분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를 유치해야 한다.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 관계 발전은 양국 모두에게 유익하다. 정부 간 협정을 복원해야 하며, 건설산업, 산업, 농업 및 기타 중요한 분야에 북한 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할당량이 확보돼야 한다”라고 했다.
사실 양국 경제협력의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 중 하나는 주로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을 비롯한 여러 러시아 지역의 노동력 부족을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2023년 말 노보시비르스크 지역 건설부장 알렉세이 콜마코프가 북한 건설업계 전문가 2,000명을 이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노동 시장에서 발생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다. 시베리아 건설 시장의 선두주자인 노보시비르스크 지역의 건설 부문 인력 부족 규모는 전체적으로 약 5천 명(직원 수의 약 13%)이다. 업계에서 가장 큰 부족 현상은 생산직 전문 인력이다.
넷째, 러시아는 왜 북한의 숙련 노동자를 선호하는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주요 특징은 높은 규율, 자격, 노동 효율성에 있다. 북한 노동이주민의 또 다른 특징은 영주권을 위해 러시아에 체류할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러시아에 매우 편리한 것일 수 있다.
이주 관련 전문가인 바딤 코제노프는 “북한인들은 최고의 노동자로 간주되며 이들에 대한 수요가 크다. 러시아 기업들이 곧 북한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일을 아주 잘한다. 그리고 그들은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 범죄, 음주 같은 문제가 없다. 이상적인 직원이다”라고 했다.
북한 근로자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던 사람들은 “그들이 매우 규율이 잘 잡혀 있고 책임감 있는 직원이었다. 이는 우수한 수준의 규율을 갖춘 고도로 조직화된 인력이다”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북한 노동부가 근로자 선발, 러시아 사용자와 계약 체결, 조건 및 지급 협상 등을 맡게 된다. 그들은 파견하는 동안 러시아에서 자국 당 기관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다. 원칙적으로 그들은 러시아에 머물려고 하지 않으며, 조직적인 범죄 집단을 결성하지도 않고, 감독 기관을 부패시키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또한 급진주의 문제에 무관심하며 절제되고 겸손하게 행동한다”라고 했다. 또한 러시아에 취업하려는 북한 사람들은 러시아 언어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포함해 엄격한 예비 훈련을 받는데, 이는 그들을 수용하는 국가의 규칙과 법률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동양학 연구소의 한국 및 몽골 부문 책임자인 알렉산더 보론초프는 “북한 노동자들은 자격과 잠재력이 높다. 이것은 2017년 제재가 부과되기 전에 러시아, 중국, 중동, 심지어 유럽 국가에서 수년간 활동을 통해 입증되었다. 북한의 노동자들은 유능하고 규율이 잘 잡혀 있으면서도 생활과 노동 조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까다롭지 않다. 해외에서 그들은 촘촘하게 살고 있으며 북한에 임명된 감독들에게 종속되어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달리 북한 노동자들은 이슬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고 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노동 이주와 관련된 국제 제재 체제를 재조정하기로 합의한 후, 북한 노동자들이 극동 지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유엔 제재로 러시아에서 7년 동안 북한 근로자가 금지되면서 이 지역의 건설 및 수산물 가공 산업의 노동 인력이 부족했었다. 러시아과학원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한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건설 물량이 많은 극동 및 신지역 건설현장에서 북한의 다양한 전문 건설인력을 최소 10만 명 이상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러시아의 국제 대북제재 체계의 재조정은 국제 규범과 가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미국의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는 거대한 전환의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러시아과학원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 한국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콘스탄틴 아스몰로프는 “러시아에서 북한 근로자를 공개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국제 제재에 따른 의무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것이 좋은지 나쁜지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세계 질서의 변화와 악명 높은 글로벌 격동의 지속을 나타내는 다소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