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성일>6·25전쟁 그리고 ‘The Great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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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하성일>6·25전쟁 그리고 ‘The Great Generation’
하성일 광주지방보훈청장
  • 입력 : 2024. 06.20(목) 18:02
하성일 광주지방보훈청장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최근 광주 월봉초등학교에서 ‘보훈 새싹과 함께하는 FUN & FUNG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 페스티벌은 보훈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종이비행기 날리기와 같은 명랑운동회, 보훈 영상 숏폼 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모처럼 만의 전교생이 함께하는 자리여서 그랬는지 열띠게 참여하는 씩씩하고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보훈에 대해 깨우친 우리 아이들의 기특한 생각은 기성세대인 내게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날 보훈 새싹들이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 쓴 종이비행기 손 편지에는 “안중근 의사님처럼 나라를 위해 애쓰셨던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님은 평소 술을 좋아하셨는데, 독립을 이루기 전까지는 술을 안 드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다음 생에는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술도 마음껏 드시고 편히 사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어린이는 “군인 아저씨들 안녕하세요. 제가 생각해보니 평소 나라를 지켜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생각을 많이 못했어요. 이렇게 감사함을 전해요. 항상 우리나라를 지켜주셔 감사합니다”라는 글로 국토방위에 힘쓰는 군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접할 때면 보훈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도 더욱 깊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 같은 보훈의 마음을 되새기며 맞이해야 할 날이 6월 25일인데,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4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에 시작돼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이어졌다. 중부 전선에서 2년 넘게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고, 이곳에서 대부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군인만 약 20만 명이 전사했고, 민간인 사상자도 약 100만 명에 달하는 등 엄청난 희생을 낳았다.

한국전쟁 동안 미군도 약 13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당시 많은 미국 국민들은 한반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특히 미군들은 북쪽의 혹독한 겨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겨울옷조차 준비하지 못했고, 여름옷을 입고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각종 악조건 속에서도 미군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참전용사들은 오직 자유를 지킨다는 사명 하나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국민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감수했다. 실제 당시 자유의 가치를 믿는 195만 명의 젊은이들이 한국전쟁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현재 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 내 한국전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 병사 3만6634명, 카투사 7174명의 전사자 명단이 또렷이 새겨져 있다.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는 판초 우의를 입은 미군 병사들의 동상도 세워져 있는데, “생면부지의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부름에 응한 우리의 아들과 딸을 기린다”고 새겨진 문구는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세월이 흘러 아흔을 넘어선 6·25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The Great Generation(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현재를 만들어준 사람들)’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2차 세계대전 세대와 우리나라 전쟁 이후의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세대는 인류 최대의 시련이었던 2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전해 젊음과 목숨을 바쳐 싸웠고,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자신들의 손으로 이뤄낸 주역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겪은 우리나라 국민들도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6·25전쟁에서 살아남았고, 전쟁 후 처참한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열심히 버텨낸 끝에 이제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 국민으로 우뚝 섰다. 실제 우리 국민은 6·25전쟁 이후 70여 년 만에 경이적인 경제성장과 민주 발전을 이뤄냈고, 전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문화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 같은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한국전쟁의 정신적 유산인 끝까지 좌절하지 않는 ‘투지’가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국가보훈부는 이 같은 역사적 의미를 담아 6월 호국보훈의 달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을 주제로 기억과 감사, 보훈문화 확산, 미래세대 전승을 위한 다양한 보훈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6·25전쟁 제74주년 중앙행사는 6월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거행되는데 역대 처음으로 6·25전쟁 초기 낙동강 전투의 주 무대인 대구에서 개최한다는 데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우리 지역 광주에서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6월 25일 행사가 개최되는데 올해 기념식에도 많은 국민들이 참여해 6·25가 남긴 역사적인 유산과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참전 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