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 갈래요” 장애학생이 내민 e스포츠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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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전국대회 갈래요” 장애학생이 내민 e스포츠 도전장
광주시교육청 ‘장애학생 e페스티벌’
닌텐도·FC온라인 등 e스포츠 경기
장애-비장애 학생 팀 이뤄 호흡
최종 우승 학생 9월 전국 대회 출전
  • 입력 : 2024. 06.19(수) 18:13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19일 광주 광산구 광주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4 광주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팀파이트택틱스’ 경기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19일 광주 광산구 광주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4 광주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모두의 마블’ 경기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게임에서 꼭 이겨 e스포츠 광주 대표로 전국 경기에 나갈 거예요!

19일 광주 광산구 광주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4 광주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 e스포츠 ‘FC온라인’ 부스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모니터 속 캐릭터의 움직임에 한껏 집중한 학생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다. 팀원에게 ‘조금만 더 옆으로!’, ‘나한테 보내!’라고 외치며 승부욕을 불태우다가도, 실책이 나올 땐 ‘괜찮다’며 다독였다. 그 옆에서 열띤 응원을 보내던 친구와 교사들의 입에선 경기 내내 환호와 탄식이 오갔다.

광주시교육청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장애학생들의 여가생활 개발과 정보화 능력 향상을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관내 참여 학교는 14개교로, 행사장엔 장애·비장애 학생 및 지도교사 등 8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였다.

대회는 정보경진과 e스포츠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정보경진 분야는 △아래한글 △동영상 제작(특수학교) △동영상제작(특수학급) △소프트웨어(SW)코딩 △스마트 검색 등 5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e스포츠는 △닌텐도 스위치 배구 △FC온라인 △모두의 마블 △팀파이트택틱스 종목 4개 등 총 9개 종목이 운영됐다.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분야는 단연 e스포츠였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은 오는 9월 3~4일 서울 더케이 호텔에서 열리는 ‘2024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에 광주 대표로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경기 시작 전 대기석에서부터 ‘서울행 티켓’을 꿈꾸며 열의에 찬 눈빛을 보였다.

학생들은 3층 연수실에 모여 ‘공정한 게임을 치르겠다’는 선서를 한 뒤 각자 참여 종목이 열리는 경기장을 찾아 나섰다. 교실 형태의 경기장에 입장한 이들은 각자 태블릿, 노트북, 헤드폰 등 기기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팀파이트택틱스’와 ‘모두의 마블’ 종목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경기여서인지 많은 인원이 몰렸다.

이 가운데 자연과학고·무등중·송광중·운암중이 참여한 ‘탐파이트택틱스’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각 1명씩 2인1조로 팀을 이뤄 총 4개 팀이 승부를 겨뤘다. ‘탐파이트택틱스’는 리그오브레전드 오토 체스 장르로, 주어진 기물·특성을 사용해 제한 시간 내 상대를 제압하는 게임이다.

심판의 안내에 따라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모니터 앞에 앉은 학생들은 ‘열심히 하자’, ‘내가 이길게’라며 각자의 포부를 밝혔다. 경기 시작 전 상대 팀 선수에게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프로’ 못지않았다.

접전 끝에 1차 경기는 무등중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장지현 무등중 특수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게임을 낯설고 어려워했는데, 함께 공부하다 보니 실력이 날로 늘었다”며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함께 협업해야 하는 게임이라 협동심을 강조했다. 승패와 관계없이 이번 대회가 서로 연대하며 우정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19일 광주 광산구 광주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4 광주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 ‘FC온라인’에 출전한 송광중학교 1학년 배진화양(왼쪽)과 김은식군이 손팻말을 들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주비 기자
19일 광주 광산구 광주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4 광주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FC온라인’ 경기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축구 게임 ‘FC온라인’의 부스에서도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게임 속 캐릭터가 공을 골대에 가까이 가져갈 때마다 긴장감이 맴돌았고, 마침내 ‘골’을 넣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FC온라인 종목 첫 번째 경기에서 승리한 운암중학교 3학년 박형빈군은 “과거에 FC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 없다. 이 대회를 위해서 열심히 준비했다”며 “4강에 올라가게 됐는데, 너무나 기쁘다. 최종 1등에 올라 서울 전국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같은 종목에서 최고의 ‘팀플레이’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은 송광중 1학년 김은식군·배진화양은 “공을 골대에 넣은 줄 알았는데, 아쉽게 비껴 나갔다. 다음 경기에는 다른 종목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며 “평소에 핸드폰으로만 게임을 하다가 컴퓨터로 조작하려니 어려웠다. 그래도 특수반 선생님이 잘 도와주셔서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닌텐도 스위치 배구 선명학교 △FC온라인 정광고 △모두의 마블 금호초 △팀파이트택틱스 송광중의 최종 우승으로 끝났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2024 광주 장애학생 e페스티벌이 장애학생의 정보화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장애학생의 다양한 정보화 교육을 내실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