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탁인석>광주형 글로벌모터스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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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탁인석>광주형 글로벌모터스가 아프다
탁인석 칼럼니스트
  • 입력 : 2024. 05.30(목) 17:19
탁인석 칼럼니스트
이번에 광주형 글로벌모터스(약칭GGM)에서 50명 직원 모집에 20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GGM은 연봉이 기아자동차에 비해 훨씬 낮은 대도 40대 1이라니 광주권 일자리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젊은이들 사이에는 자동차 회사에만 입사하면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겠다는 기대감이 컸을 것이다. 많이 몰렸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광주가 아직은 희망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GGM에만 입사하면 광주를 떠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GGM의 건재가 경제 안정에다 인구소멸이나 유출을 줄여주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GGM은 2019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폭발적으로 기대를 높였었다. 대통령이 직접 광주를 찾았고 서슴없이 자신의 최대의 치적으로까지 홍보했다. 기아자동차가 유발하는 고용효과가 광주경제의 저변을 밑 받쳐 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이 있을까. 그런 만큼 GGM은 광주형 일자리란 이름으로 미국의 디트로이트나 울산시처럼 광주도 자동차의 도시가 되어 넉넉히 그 과실을 누릴 수 있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더욱이 역대 광주시장 가운데 굵직한 박광태 시장이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다 생산되는 ‘캐스퍼’도 온라인 구매방법 등 호응 또한 좋았었다.

현대 측은 생산비용 경쟁력을 감안하여 당초 반값임금을 제안한 광주시 측 의견을 받아들였고 GGM에 공동사업자로 참여했다. 반값임금 자체가 광주시로서는 대단한 매력이고 그 매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만약 임금이 다른 자동차 회사처럼 높아지면 판매량과 위탁생산물량이 현저히 줄게 되어 사업자체가 언제든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GGM은 사회적 합의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상생협의회체’의 출범은 자동차 35만 대 달성 까지는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해야한다는 시민적 합의가 담보되어 있다. 시민적 약속은 준엄한 것이기에 사회적 합의는 그 무엇으로도 무너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GGM에서 23%에 해당되는 직원이 민주노총에 가입하여 단일대오를 형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미리서부터 광주경제에 불길한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알 만한 사람끼리는 모이면 ‘큰일 났다’는 한숨 일색이다. 광주경제 지표를 몰라도 좋다. 작금의 사회적 현상은 건설경기는 퇴조하고 식당은 밤 시간을 앞당겨 문 닫는 곳이 태반이고 덩달아 택시업도 엄청 불황이다. 이 깊고도 너른 강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 노인은 늘어나고 인구는 줄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이리도 심할까 싶다. 작금의 현실에서 적당한 일자리를 청장년 노인에게 제공한다는 게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일지 모른다. GGM댓글에는 ‘불만이 있는 너희들 나와라. 내가 들어가겠다’란 문구가 여기저기 뜨고 있다. 사주 측에서 해고를 입맛대로 못한다는 약점을 틈타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은 절대 반대다. 노조 측의 너무 빠른 요구가 광주의 경제에 먹구름을 만들고 있다. 현대 측 입장에서는 왜 투자했느냐는 근본적인 고민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심각하고 심각한 일이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문 닫는 수순에 돌입했다고 한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가 요양보호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만들었다. 요양보호사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서비스원은 성과가 0.22%에 그쳤고 이에 해당하는 월급제를 해당 건수에 따라 인센티브로 제공하겠다고 팔 걷어 부쳤지만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막혀 손 놓고 말았던 모양이다. 근로약자보다 노조 챙기기가 ‘공공 돌봄’을 실패로 돌려버린 최근의 사례다.

GGM이 무너지면 우리 광주는 정말로 큰일이다. 주주는 무노조를 믿고 투자에 참여했고 35만 대까지는 가봐야 지속 가능성을 점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 6000억 원을 투자하고도 가동률은 50%에 그쳐 있다. ‘캐스퍼’ 같은 경차는 시장에 한계가 커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7월쯤에 전기차가 수출되면 일감이 확보된다는 한 가닥 전망은 있다. 그것도 수출이 순조로울 때를 말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기획실장을 지낸 글로벌맨 윤몽현 대표이사가 취임하고 도와주는 사람 없이 흔들기만 하는 풍토가 계속되고 있다. 혼자서 알아서 하라는 일부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럴 때는 시민단체나 5·18 단체가 나서주어야 한다.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광주·전남지역 22대 국회의원들도 ‘민생’을 가치로 목소리를 내야한다. ‘광주형 일자리’가 민생일번지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지역 현안을 정치권이 외면하면 어느 누가 해결할 것인가. 걱정이 크고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