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태 전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장, 이돈삼·조수경 오월 안내 해설사, 목포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 등이 7일 목포3해역사령부 헌병대 옛터인 목포근대역사관에서 열린 ‘모두의 오월, 민주를 그리다’ 목포 오월길 걷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7일 전남서부보훈지청이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맞아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가운데 목포지역 학생들이 직접 5·18 현장을 탐방하며 숭고한 민주정신을 되새기는 ‘목포 오월길 걷기 행사’가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이날 전남서부보훈지청은 목포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 50여명을 대상으로 목포의 5·18 사적지 5곳을 해설사와 함께 방문해 관련 역사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인 ‘목포 오월길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물과 간식, 리플릿이 담긴 에코백을 메고 줄지어 먼저 찾은 곳은 목포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목포근대역사관 2관이었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목포지점으로, 해방 이후에는 목포3해역사령부 헌병대가 있던 곳이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체포돼 고문과 구타를 당한 장소이기도 하다.
해설사의 진지한 설명에 쾌청한 날씨에 놀러 나온듯한 기분으로 들뜨던 학생들의 분위기는 금방 숙연해졌다. 몇몇 학생들은 나눠준 리플릿에 이름을 적으며 열심히 필기를 했다.
학생들은 이어 5·18 전후 목포 재야세력들의 집결지였던 안철 선생이 운영한 동아약국을 둘러봤다. 안철 선생은 목포시민민주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된 민주운동 지도자다. 안철 선생을 비롯한 재야 및 종교계 대표 등 20여명이 동아약국에서 민주화 방안을 논의하곤 했다.
허름하고 평범해보이는 약국이 5·18 당시 민주화의 산실로 기능했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종종 “우와”라며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민주열사들의 피난처이자 범시민 투쟁을 결의했던 목포 중앙교회 옛터, 시위대에게 김밥과 도시락·음료수 등을 제공했던 중앙공설시장 옛터에서도 이어지는 5·18의 생생한 이야기에 학생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목포 5·18의 심장부였던 목포역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던 시위, 집회 사진들을 보며 항쟁의 열기를 실감했다.
또 해설사들이 시민들을 강경 진압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거부해 온갖 고초를 겪었던 이준규 목포경찰서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학생들은 그의 이름을 궁금해하며 질문을 던지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걷기 행사에 참여한 박지원(목포여자중 3학년)양은 “책상에 앉아서 듣는 단편적인 수업이 아니라 사적지를 직접 보면서 생생하게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 6월 항쟁이나 다른 역사적 사건들도 직접 사적지를 둘러보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강유(목포여자중 3학년)양 또한 “학교 근처에 5·18민주화운동 사적지가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다”며 “광주 뿐만 아니라 전남에서도 5·18의 역사가 있다는 걸 알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정현태 전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장은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정말 많은 날들이 있지만 이번 걷기 행사를 계기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가치를 잊지말고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