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송강고 ‘솔가람고’ 개명 불구 '반쪽짜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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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
담양 송강고 ‘솔가람고’ 개명 불구 '반쪽짜리' 비판
논란 끝 3년 만에 새 교명 확정
광산이씨 등 문중 “속임수 개명”
“아픈역사 흔적지우기 준비해야”
  • 입력 : 2024. 04.01(월) 16:05
  • 양가람 기자·담양=신재현 기자
담양 송강고등학교의 교명이 솔가람고등학교로 변경됐다. 솔가람고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전남 최초 공립대안학교인 담양 송강고가 개교 3년 만에 ‘솔가람고’로 명칭을 바꿨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기축옥사 당시 송강 정철로부터 화(禍)를 입었다는 광산 이씨 등 6개 문중 종친회 측은 ‘반쪽짜리’ 개명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곳곳에 남겨진 아픈 역사 흔적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 담양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1일 송강고의 명칭이 솔가람고로 변경됐다. 광주·전남지역 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송강고는 지난 2021년 개교 전부터 교명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교명 공모작 총 116개 가운데 5개 정도를 뽑아 인터넷 설문을 진행했는데, 담양군청과 지역 주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송강고’를 교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끝에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역사학계는 물론 6개 문중(고성 정씨, 광산 이씨, 나주 나씨, 문화 류씨, 전주 이씨, 창영 조씨 종친회장 등)은 송강 정철의 이름을 학교명으로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시대 문인 송강 정철은 가사문학의 대가로 칭송받지만, 역사적으로 논란이 많은 인물이라는 것. 1589년 조선 선조 때 동인의 유림들이 모반 혐의로 박해를 받은 기축옥사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송강 정철이 호남 사림 1000명을 처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에 개교 1년이 넘도록 송강고는 교문에 현판조차 내걸지 못했고, 수차례 교명 변경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2022년 송강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의회 등 100여 명으로 꾸려진 교명 변경추진위는 새로운 교명을 자체 공모, 가장 선호도가 높은 ‘솔가람고’로 변경하겠단 뜻을 밝혔다. 광산 이씨 종친회는 솔가람고가 송강(松江) 정철의 호를 우리말로 풀어쓴 것일 뿐이라며 “송강 정철의 굴레를 못 벗어나는 속임수 개명”이라고 반발했다.

그 후 △공립학교 명칭에 인명 사용 부적절 △담양의 자연지형을 사용 제안 등 전남도교육감에게 전달했지만 진척없이 ‘솔가람고’로 최종 결정됐다.

이들은 반쪽짜리 변경에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아픈 역사 흔적 지우기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전남개발공사는 전남도청의 위탁을 받아 무안 남악신도시 중앙공원 내 역사적 인물 12명(김천일·나철·서재필·왕인·윤선도·이난영·이순신·장보고·정약용·정철·초의선사·허백련)의 흉상을 개당 4억여 원을 들여 설치했다. 당시 전남 지역민들에게 추앙받는 인물들을 선정했는데 이들 중엔 송강 정철 뿐 아니라 친일논란(이난영), 친미행적(서재필)의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

종친회 관계자들은 "역사적으로 재평가되는 인물의 흉상은 철거돼야 한다. 또 전남도청 내 '정철실'이란 회의실 명칭 역시 인명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가람 기자·담양=신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