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아침을 열며·정연권>구례 ‘구빵사’ 혼성축구단 힘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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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아침을 열며·정연권>구례 ‘구빵사’ 혼성축구단 힘찬 출발
정연권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장
  • 입력 : 2024. 03.13(수) 13:35
정연권 센터장
구례 들녘에 푸른빛이 감돈다. 우리밀이 있어서다. 구례는 전국 우리밀 재배 18%, 전남의 50%를 차지한다. 80년대부터 우리밀 재배와 가공, 소비 확대를 해왔다. 이제 우리밀을 ‘구례밀’로 명명한 뒤 차별화하고 있으며 특성화에 나서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골목길 상권 활력을 위해 지난 2022년 우리밀 빵 축제를 개최했다. 제빵사들의 특색있는 우리밀 빵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규모는 적었지만 한자리에 모인 의미가 크다. 소통과 화합하며 정보를 나누고자 결의하였기 때문이다. 제빵사 11명이 ‘구례밀빵을만드는사람들’ 공동체를 만들었다. 약칭 ‘구빵사’다.

회원들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아 “구례밀 빵굿빵굿(빵GOOD 빵GOOD)”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회원들 염원 덕분에 전남도 지역혁신 공모사업에 선정돼 ‘구례밀 특화빵’ 개발에 탄력을 받았다.

회원들은 축구팀이 되어 뛰어보자 결의했다. 선수는 여자 10명 남자 1명으로 구성된 ‘구빵사혼성축구단’이다. 안정적인 4-3-3시스템으로 각자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하여 포지션에 배치하였다.

골키퍼는 가장 안정적이고 팀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구례삼촌 이명엽 대표다. 오랜 경험과 지혜가 많아 골키퍼로 최적이다. 구례 쑥부쟁이 나물로 머핀, 쿠키, 산나물 세트 등을 개발해 미국에까지 수출하고 있는 애국자다. 넓은 시야와 내공으로 팀 전체를 아우르고 이끌어 가는 큰언니요. 수문장이다.

최전방에서 공격수 센터포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구례역제과점 이은하 대표로 주장이기도 하다. 구례 풍광에 흠뻑 빠져 파주에서 구례로 이사했다. 6년 동안 우리밀과 구례 농특산물로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밤파이를 인기 상품 반열에 올려놨다. 구례 알리기 전도사이며 구빵사에서 손흥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윙포워드는 좌·우 날개가 돼 줄 30대 구례역대합실 이공주 대표와 은카롱 이은경 대표다. 이공주 대표는 매사에 다부지고 성실하다. 신세대가 좋아하는 빵을 만들겠다는 열정이 강하고 진취적이다. 은카롱 이은경 대표 역시 열정이 가득하고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열혈제빵사다. 구례에서 유일하게 마카롱을 만들고 있으며 각종 휘낭시에는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눈 호강을 시켜준다. 좌·우에서 힘찬 에너지로 이은하 대표를 서포트 한다.

경기 중심 미드필더 역할은 젊은 제빵사들로 그라운드에서 허리 역할의 공격과 수비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센터미드필더로 가장 젊은 20대 사나래밀 김보경 대표다. 중학생부터 제빵사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공부해 마침내 자신의 매장을 만들어 낸 당찬 대표다.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은 센터미드필더로 손색이 없다.

라이트미드필더는 울산 출신 이채령 대표다. 친정어머니가 구례에 여행을 왔다가 인심과 풍경에 빠져 전 가족이 이사했다. 구례 총각을 만나 결혼해 이젠 구례 며느리가 됐다. 평소 빵을 만들고 싶었지만 망설이던 차 남편과 가족들의 지원으로 카페스윔을 오픈했다. 단기 수익보다 좋은 재료로 제품을 만들다 보면 고객들이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과 끈기로 사랑받는 매장이 됐다.

레프트미드필더는 이지원 고예로 대표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즉, 사돈끼리 함께 운영하는 독특한 매장이다. 산수유와 블루베리를 직접 재배해 블루베리 식빵과 산수유를 첨가해 만든 소금빵은 그 색이 아름다워 먹기조차 아깝다. 젊은 혈기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는 세 명이 공격과 수비를 해 준다면 무적의 원팀이 되는 것에 한점 의문이 없다.

문전에서 온몸으로 득점을 막아내는 수비수 역할은 마치 홍명보와 김민재처럼 다양한 피지컬이 요구된다. 센터풀백 2명에 구례당 한주영 대표와 자라는공동체 최석우 선생이 적격이다. 한주영 대표 구례당은 5일 시장 내에서 우리밀로 만든 카스테라와 샌드위치는 시그니처가 됐으며 줄서서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5일 장이라는 장소 때문에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들더라도 비싸게 팔 수 없는 단점도 있지만 오히려 박리다매로 판매하고 있어 가장 활기차다. 자라는공동체 최석우 대표는 구례 토박이로 고향을 사랑하는 열정이 높다. 문척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의 먹거리와 체험교육 일환으로 학생들과 우리밀 농사를 지어 화덕피자를 굽는 등 6차산업을 체험하게 했다.

좌우 풀백은 경험과 차분함으로 다른 포지션을 도와 줄 수 있어야 한다. 좌측 풀백인 빵앗간 김은희 대표는 감 농사를 직접 짓는 농부 제빵사다. 뇌졸중으로 아픈 남편을 돌보면서 건강한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첫맛은 밍밍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발효빵으로 단골이 많다. 우측 풀백 카페시옷 한순옥 대표는 고향인 구례를 알리고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가졌다. 감자 농사를 지어 구례밀 감자빵을 만들었다. 감자빵은 인생 빵이라 할 만큼 꼭 먹어보아야 할 만큼 고급스러운 빵이다. 다양한 브런치 빵집으로도 인기가 높다.

구빵사축구단은 구례밀로 건강한 빵, 구례만의 빵을 만들어 ‘구례밀 빵 특화빵’성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1차 평가 시식회는 5월 오거리 일원 길거리에서 갖는다. 2차 평가 시식회는 9월 5일 시장에서 갖는다. 평가 시식회에서 선정된 빵으로 10월 말 구례읍 복합광장에서 ‘구례밀 빵축제’가 열린다. 노고달장 플리마켓, 국화전시회, 버스킹 등 도시재생어울림한마당을 군민, 관광객 등과 펼친다. 11월 구례교육지원청 구례미래교육퍼스티벌에서 학생들에게 선보인다. 구빵사혼성축구단을 힘차게 응원한다. 이들의 맹활약으로 구례군 빵집들이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 우리밀 주산지에서 생산된 구례밀빵이 대한민국 빵지 순례길로 자리매김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