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육의 창·최영태>의대 입학 정원 증원하되 점진적·단계적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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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교육의 창·최영태>의대 입학 정원 증원하되 점진적·단계적 방식으로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 입력 : 2024. 03.10(일) 14:13
최영태 명예교수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 대치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2000명 증원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의 증원 계획에 결사 항전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정부는 외과나 산부인과, 내과 등 특정 분야 의사 부족을 해소하고 지방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의사 증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입학 정원을 정하는 데 해당 분야가 파업 등의 방식으로 극단적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은 의료계뿐이며, 이는 그들의 과도한 특권 의식과 이기주의의 결과라고 말한다. 정부는 이번에도 과거처럼 의료계의 입학 정원 증원 반대에 굴복한다면 향후 의료 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계의 주장은 정반대이다. 의료계는 현재는 물론이요 앞으로도 의사 부족은 없을 것이며, 외과나 산부인과 등 특정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은 의사 숫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료 수가 정책과 의료 사고 등에 대한 과도한 책임 부과 등 의료 정책의 모순에 주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또 의료계는 2000명 증원은 교육의 부실을 초래하여 의사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쪽의 주장에 모순이나 무리한 내용도 없지 않다. 우선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부터 살펴보겠다. 한마디로 말하면 입학 정원의 증원은 필요하다. 농어촌이나 중소도시에 의료 사각지대가 있고, 외과나 산부인과 등 의사 숫자가 부족한 분야가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은 지나친 것 같다. 현재 의대 입학 정원이 3058명이니 2000명을 새로 증원하면 증가율이 무려 65%나 된다. 의과대학은 1인당 교육비가 어떤 학문 분야보다 많이 요구된다. 많은 숫자의 증원을 할 경우 교수 숫자와 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현재 정부나 대학이 65%의 증원에 합당할 만큼 교수 충원이나 재정투자를 할 의지와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의대 입학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이나 증원했을 때 우수 학생들이 의대 입학에 몰려 과학과 기술 분야 등 국가 발전에 필수적인 타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며 입학 정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입학 정원 증원 신청에 임하는 일부 대학들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아주대는 현재 정원 40을 144명으로, 부산대는 125명을 250명으로, 울산대는 40명을 150명으로 늘려달라고 했다. 그 외에도 많은 대학이 이런 식으로 증원 신청을 했다. ‘기회는 이때다’라면서 교육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저돌적으로 전리품 획득에 나섰다. 대학 경영자들의 이런 무책임한 자세가 의대 교수들을 자극하여 마침내 교수들까지 의료 파업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지역 전남대와 조선대가 각각 50명과 45명 증원 신청을 한 것을 보고 그래도 우리 지역 대학은 ‘양심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증원 계획에 무리함에 있다고 해서 환자를 버리고 거리로 뛰쳐나가거나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 역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파업 등에서 다른 노동자와 똑같은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들이 가진 특권도 포기해야 한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노령층의 증가, 외과 등 특정 분야 의사 숫자의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의 증원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정책에 매우 비판적인 호남 지역 주민들마저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을 지지하는 비율이 반대 비율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말해 준다. 의료계는 입학 정원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를 철회해야 한다. 의료계는 의사 숫자의 부족과 그 부족의 정도가 향후 노령화 시대에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의대 입학 정원 문제는 복지부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래도 일차적 책임 부서는 교육부다. 교육부가 교육의 주체인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등과 협상하여 극한적 대결의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상대방을 완전히 굴복시키겠다는 자세에서 벗어나 상대방에게 양보의 명분과 탈출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정부는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증원 숫자를 도출하기 바란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최소한 1000명 이상 증원을 하되 점진적·단계적 방식으로 증원하는 로드맵을 만들어 양자가 상생하는 해법을 찾으면 좋겠다. 양자 모두 병원에서 의사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조속한 타결책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