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자연방식 고집 한국밥상 넘어 세계식탁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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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협·산림조합
[전남일보]자연방식 고집 한국밥상 넘어 세계식탁 오른다
●16년째 무산김 생산 장용칠 장흥 무산김 대표
2018년 산 사용 근절 선언
학교급식·홍콩·미국 수출길
소비자에 안전먹거리 제공
  • 입력 : 2024. 02.19(월) 09:45
  • 글·사진=조진용 기자
염산 등 유·무기산(酸)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김을 생산해 내고있는 농업회사 장흥 무산김㈜
장흥 무산김은 전국 최대 친환경 인증(2737㏊)과 전국 유일 ASC국제인증을 받았다
장흥 무산김은 전국 학교급식 납품 등으로 지난해 35억원의 매출을 기록 했다
장용칠 장흥 무산김㈜대표가 가공 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흥 무산김에서는 가공 김 등 17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염산 등 유·무기산(酸)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김을 생산해 내고 있는 농업회사가 있다. 장흥지역 김 양식 어민 110명이 합심해 만든 장흥 무산김㈜(대표 장용칠)이다.

2008년 장흥 어민들이 김 양식에 염산, 등 유·무기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무산김 양식 실천결의가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수산물양식관리협회(ASC)와 영국 해양관리협회(MAC) 국제인증을 획득하며 지역어민들에게 지속가능한 양식터전과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 밥상을 넘어 세계 식탁 무대에 장흥 무산김이 오를 수 있도록 수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자연방식그대로 장흥 무산김

“장흥 지역에서 생산된 김은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전남을 넘어 세계 소비자들의 안심먹거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용칠 장흥 무산김㈜ 대표의 각오다. 장흥 무산김㈜는 지난 2018년 장흥 지역 김양식 어민 110명이 모여 출자해 만든 회사이다. 1983년 1월 여수수산전문대학 수산가공학과를 졸업,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을 재직한 수산 전문가 장 대표가 6년째 운영하고 있다.

김은 돌김과 참김으로 구분되며 김에 구멍이 많고 거친 것이 돌김이다. 돌김은 잘라 밥을 싸 먹거나 안주용으로 쓰이며 참김은 매끈하고 부드러운 김으로 김밥을 쌀 때 사용한다.

돌김은 매해 11~12월 사이에 나오고 돌김을 두차례 수확하고 나면 김발에 참김이 붙게 된다.

참김은 매해 4월 초까지 3~4회 수확하며 두 번째 수확한 돌김에 참김이 일부 섞이면서 부드러운 식감과 파삭 거림이 특징이다. 과거 40여년간 김 양식어가들은 편리성을 위해 관행적으로 염산 등 유·무기산을 사용해 왔다. 장흥 무산김에서는 일반화된 김 양식재배방식 틀을 깨고 산을 사용하지 않은 자연방식 그대로의 김을 양식·생산하고 있는게 특징이다.

장 대표는 “장흥 김이 최근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산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은 양식 과정에서 잡태류가 부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을 뿌린다. 농사로 비유하면 농약과 마찬가지로 염산을 사용하다 유기산으로 대다수의 어가들이 바꿨으나 장흥무산김은 유기산 조차 사용하지 않는다”며 “ 무산(無酸)은 장흥에 있는 지명이 아니다. 없을 무에 초산에 산을 써서 산이 없는 김, 즉 김 양식에 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을 사용하지 않으면 인력과 기름값이 더 들지만 가족이 먹는다는 일념으로 친환경 웰빙김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흥 무산김에서는 파래재래김, 재래돌김, 조미김 등 가공 김 17가지를 부산, 서울 등 전국학교급식, 부산롯데백화점, 서울현대백화점 등에 납품하며 지난해 연매출 35억원을 기록했다.

장흥지역 김 양식 어민 110명이 합심해 만든 장흥 무산김㈜(대표 장용칠)
●지속가능 양식 어업 추구

그동안 장흥군은 전통방식으로 김을 생산해 왔지만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김 생산지 전체가 내만권(바다가 육지 속으로 파고들어와 있는 만 지형의 안쪽)이다 보니 이물질이 많고 김이 질기거나 색깔도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질 좋은 김을 생산하는데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장흥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 김 양식 어민 500명과 함께 ‘장흥 무산김 선포식’을 갖고 전국 최초 김 양식에 염산, 유기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무산김 양식 실천을 선언했다. 김 양식을 하면 김 발에 김 외에도 잡태류가 함께 붙는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보통 산을 쓴다.

장흥에서는 모든 어가에서 이 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대신 4일에 한 번씩 김발을 뒤집어가며 공기와 햇볕에 노출시키면서 잡태의 부착을 막는다. 어민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나 비용면에서 부담이 되지만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겠다는 마음으로 동참했다.

이같은 노력결과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수산물양식관리협회(ASC)와 영국 해양관리협회(MAC) 국제인증을 획득했다. ASC인증은 해양오염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양식어업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국제인증제도이다.

장흥무산김은 전국 최대 친환경 인증(2737㏊)과 전국 유일 ASC국제인증(412㏊)까지 획득하면서 지역 어민들에 지속가능한 양식을, 소비자에 안전하고 맛있는 김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장 대표는 “ASC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해조류 양식장이 지역 바다 환경과 생태계 시스템, 야생동물 서식지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해조류를 생산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자연산개체군, 환경적 영향, 효과적 관리, 사회적 책임성, 지역사회·상호작용 5가지를 집중 피력한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흥무산김은 그동안 2011년 지리적 표시제 등록, 2012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획득, 2013년 USDA 인증, 2019년 코셔 인증 획득을 통해 국제사회 식품 기준에 부합해 나갔다”며 “ASC 취득으로 기후위기시대 보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김을 생산하며 지역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흥무산김 세계로 뻗어나간다

유·무기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해외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7월 무산김을 원료로 가공한 구운 김밥김, 재래돌김, 미니도시락 김 등 1억1000만원 상당의 제품이 홍콩 수출길에 올랐다.

같은해 12월 구운 김밥김 1800만원 상당 3700 봉지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장흥 무산김㈜는 수출판로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장용칠 장흥 무산김㈜대표는 “해외의 경우 중국, 일본등에서도 김 양식이 이뤄지고 있으나 후쿠시마오염수방류, 중국의 식품위생관념 등을 고려한 유럽인들이 한국의 김을 최우선적으로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인들의 식생활 변화에 발맞춰 홍콩학교단체급식용 김 수출 등 해외 수출 판로를 넓혀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