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관식>실종된 낚시터의 공중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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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김관식>실종된 낚시터의 공중도덕
김관식 시인·문학평론가
  • 입력 : 2024. 02.12(월) 14:21
김관식 문학평론가
낚시방송국이 서너 군데 있다는 사실은 낚시를 취미활동으로 하는 사람이 그 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도시나 낚시점이 여러 군데 있고, 또 낚시터 주변에도 낚시도구를 파는 곳이 많은 것을 보면, 전문낚시꾼도 많지만, 우연히 낚시터 주변을 산책 나왔거나 캠핑 왔다가 낚시체험에 참가하게 된 임시 낚시꾼,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 낚시꾼 등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취미활동으로 낚시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낚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이다. 인류는 낚시가 맨 처음 시작했던 원시시대 때에는 생존을 위해 먹거리를 찾아 산과 강, 바닷가를 떠돌아다니면서 수렵어로나 채취 생활을 하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한 곳에 정착하면서부터 농경생활이 시작했는데, 이때 농사일에서 밀려난 노인층, 어린이, 장애인 등이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인 주로 수렵 채취활동으로 조개를 채취하거나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일을 했을 것이다.

낚시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동물적 본능을 자극한다. 다른 동물을 잡았을 때의 정복감과 승리감을 느끼게 하는 잠재적인 동물본능으로 심리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

우리 인간이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원시적인 수렵 본능으로 심리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은 낚시와 사냥일 것이다. 낚시와 사냥은 다른 생명을 해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취미활동이다. 오히려 생명을 해치는 잔인함을 드러내면서 쾌감을 느끼는 동물적 본능이 되살아나는 여가 활동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자연에서 모든 것을 얻어 생존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형태가 변했을 뿐 자연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해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생존을 위하여 자연을 지배해온 우리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얻으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행복추구의 무한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을 거부한 결과, 환경파괴, 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낚시는 원시적인 심리적 쾌감을 맛보는 취미활동이다. 그런데 전국의 저수지, 강과 바다가 낚시꾼들이 남기고 간 흔적 때문에 문젯거리가 되고 있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각종 폐낚시도구, 미끼를 포장한 비닐, 플라스틱, 깡통, 음료수 캔, 소주병, 휴지, 비닐, 먹고 버린 음식물 찌꺼기 등등이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따라서 낚시터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낚시꾼들을 반기지 않는다. 이들이 낚시를 하고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날마다 환경이 더럽혀지고 보기 흉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수지의 경우 관리 주체는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다. 그런데 이들은 낚시꾼들의 낚시활동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행위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낚시터가 있는 행정기관에서 상습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낚시터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곳도 있고, 형식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곳도 있지만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민이 나서서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우는 곳도 있지만 역부족이다.

따라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낚시꾼들을 강력히 단속해서라도 우리의 강과 바다가 더 이상 오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낚시문화는 그 나라의 민주적인 공동체의식을 보여주는 척도일 것이다. 새마을 운동이 전개될 무렵 내 집 앞 청소, 우리 마을 미화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그런 그 아름다운 정신과 행동은 어디로 간 것일까? 잘 살게 되었으니 이제 그런 궂은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까? 잘 살던 못 살던 내가 청소하기 싫으면 쓰레기를 생산하더라도 버리지 않으면 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낚시를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낚시꾼들의 행동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고장은 물론 전국 어느 곳의 저수지, 농수로, 바닷가 등 낚시꾼들이 왔다간 곳에는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종잇조각, 음료수 캔이나 병 등 각종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보기가 흉하다. 언제까지 이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낚시꾼들이 아마 낚시터에 와서 물고기 잡는 원시적인 본능의 즐거움에 빠져 원시시대처럼 야만인으로 되돌아 가버린 것만 같다. 이들은 공공질서의식을 망각하고 낚시터 이곳저곳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간다. 이제 더 이상 이들의 야만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낚시터가 자리한 곳의 관련기관 및 언론기관에서 적극적으로 건전한 낚시문화가 조성될 때까지 캠페인을 벌리거나 주민감시원 및 주민관리원 제도를 두는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버릇이 나쁜 낚시꾼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적인 낚시터 공공질서의식을 깨우쳐주는 것만이 더 이상의 야만행위를 방지하는 길일 것이다. 우리 모두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아름다움을 가꾸며 살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