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부영그룹의 파격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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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부영그룹의 파격행보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2.06(화) 16:04
김성수 논설위원
핑크빛 원앙새 한 쌍.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1초의 고민도 없이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부영그룹이다.

민간 임대주택의 선두주자인 부영그룹은 원앙새 로고에 순우리말인 ‘사랑으로’와 접목한 브랜드를 고수해왔다. ‘촌스럽다’는 외부 시각에도 부영이 순우리말 브랜드를 고수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주택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부영 창업주인 이중근 회장의 주거 철학이 담겨 있다. 지은 집에 사는 모든 고객이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중근 회장은 “‘원앙’ 마크, ‘사랑으로’가 시원치 않으면 더 좋은 것이 저절로 나오겠지만 골동품도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부분의 건설업계가 외래어 브랜딩을 통한 고급화 전략과는 정반대다. 특히 부영그룹 총수인 이 회장의 파격 행보는 거침없다. 입주민을 배려한 내부 설계와 자연채광, 통풍을 중시하는 부영은 타 건설업체의 ‘탑상형 아파트’가 아닌 ‘평상형 아파트’를 고수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IMF나 다름없던 2014년엔 직원들의 연봉을 평균 1000만원 안팎으로 인상했고, 지난 2018년부터 전국 51개 단지, 3만7572가구의 임대료를 3년 동결했다.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무주택 입주민들과의 상생 차원의 선택이었다. 이 회장이 내세우는 시그니처다.

부영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자난 2021년 기준 부영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평균 거주기간은 5.2년으로 국토부가 조사한 전국 전월세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인 평균 3.2년보다 2년 긴 기간이다. 임차인의 계약갱신권 청구로 최대 보장되는 4년을 훨씬 웃도는 기간이다.

이 회장은 올해도 이슈 메이커다. 이 회장은 지난 5일 그룹 시무식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에 1억원을 지급한다. 3자녀 이상은 영구 임대주택 지원도 제안했다.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최근엔 초등학교 시절 동문과 고향 주민에게 1억원을 쾌척했다.

이중근 회장은 늘 ‘세발자전거론’을 강조했다. 급속한 성장보다는 안정적이고 내실 있는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다. 사실 부영그룹은 ‘아파트 하자’라는 오명은 극복해야 할 숙제다. 최근 건설업계의 줄도산 소식이 잇따른다. 그럼에도 부영그룹이 건재하는 건 자수성가형 그룹 총수의 파격행보가 생존비결임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