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명절 밥상머리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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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명절 밥상머리 민심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4. 01.31(수) 14:52
박성원 국장
정치에 무관심한 척 하면서도, 셋만 모이면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 국민이다. 제22대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맞는 올 설 명절 주된 화제 역시 선거가 될 듯하다. 명절 연휴는 도시와 농촌, 세대 간의 단절을 잠시나마 극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은 바닥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른바 ‘민심의 용광로’가 들끓는 시기다. 총선 필승 전략을 짜기 위해 고심하는 여야 지도부가 ‘명절 밥상머리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민심을 청취하는 것은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설 연휴 주민을 만나는 총선 입지자들은 엄청난 쓴소리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국가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각종 현안에 해법을 내놓기 보다는 오히려 국민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투자와 소비심리도 모두 얼어붙었다. 윤석열 정부는 권력 사유화, 인사 참사, 검찰공화국 회귀,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 배우자인 김건희씨 비리 의혹 등으로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사실 서민들은 정치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팍팍한 살림살이를 꾸려야 하는 서민들의 우선순위에 정치는 없다. 매출 급감에 울상을 짓는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들, 설 연휴 귀향을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용돈을 벌어야 하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명절은 고통스런 시간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3월 공개한 ‘2023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인 국회의원 296명 중 재산 500억원 미만인 292명의 평균 신고 재산액은 25억2605만원이었다. 수십억대 자산가인 국회의원, 못지않게 재력을 갖춘 총선 입지자들이 서민들의 심정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나,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숙제도 함께 안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설 연휴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정책을 수립하고 총선 공약에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