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책>인생의 고비마다 한 선택… 삶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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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책>인생의 고비마다 한 선택… 삶은 달라졌을까?
‘꽃순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유순남 | 한강 | 14000원
여수 안산중 근무 유순남 교사
전남일보 기고 글 모아 산문집
  • 입력 : 2024. 01.18(목) 09:47
유순남 수필가
지난해 겨울 덕유산 향적봉에 선 필자.
‘아득한 그 어느 날인가? 길은 많은데 여러 가지 길 중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젊은 날.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떨던 그날. ‘미지의 세계’의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서 있었다. 그때도 지금의 파도 소리만큼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고 기억한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문 열기 전 그 공포의 순간이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한 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수 안산중에서 근무하는 유순남(사진) 교사가 전남일보에 기고한 글을 모아 산문집 『꽃순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도서 출판 한강)을 발간했다. 모두 64편의 글은 지난 2018년부터 6년 동안에 걸쳐 쓴 것으로, 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소재로 자기 혹은 타인의 삶과 가치관에 관한 생각을 글로 옮겼다.

 유 교사는 “인생의 고비마다 그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인생의 행·불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행복이 가치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눈에 보이는 소유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일상생활과 교단 그리고 사회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아 되도록 쉬운 글로 독자에게 다가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사실과 진실에 입각하며 객관적인 글을 쓰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산을 좋아한 유 교사는 매주 한 번은 산에 오른다고 한다. 전국을 다니면서 여행도 즐길 뿐 아니라, 산에 오르면 일상에서 생긴 삶의 찌꺼기들이 산 위에서 바람에 날려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또 산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생각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달라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원래 유 교사의 직업은 중등학교 수학 교사다. 그러나 그녀는 소녀 시절에 꿈꾸었던 초등학교 교사를 잊지 못해 ‘복식학급 지원 강사’라는 역할로 초등학교 근무를 경험하게 된다. “행운을 타고난 것인지 초, 중, 고등학교에서 모두 근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중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가장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학생들은 아직 자아 형성이 안 된 것은 물론 부모로부터 분리가 안 된 상태라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고,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 교사들의 자살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사실은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 학생들에게 시달려 자살하거나 학교를 그만둔 교사들이 십수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생기는 문제를 중도적인 입장에서 해결할 조직 구성이 시급합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유교사는 팔십 퍼센트의 학생은 지금도 순수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녀는 인간이 꼭 안고 살아야 할 것은 양심이라고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올바른 가치관과 양심을 가지고 한다면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환경을 더 이상 오염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본인도 환경 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실천하려고 애쓰며, 세월호 참사나 5·18 민주화 운동 등 사회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선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