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철 전 대표이사 |
이러한 세방화는 먼저 기업경영에 도입된 후, 지역발전에도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민선자치시대 개막과 함께 국내외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세방화를 지역발전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역발전의 핵심이 외부로부터 사람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인 바, 국내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한 세방화 전략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첫단계로 지자체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유치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정부는 국내외 인력이 모든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국토 3각축에 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광주·전남에는 2014년 세계 최대 에너지그룹인 ㈜한전이 빛가람혁신도시에 유치되었고, 2007년에는 서남권의 관문공항으로 무안국제공항이 건설되어 동북아의 에너지신산업·바이오·관광 거점이라는 기대감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무안국제공항은 16여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토 3각축도 아닌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이 각각 청주공항과 대구공항이라는 군사공항을 지역의 관문공항으로 활성화시키고 있는 사례와 확연히 대비된다. 청주공항은 충청권 3개 시·도가 상생 차원에서 3가지 공동전략을 통해 활성화의 길을 걷고 있다. 대전시청∼청주공항간 거리가 55km로 광주시청∼무안국제공항간(40km) 거리를 상회함에도 대전시가 2007년부터 ‘청주공항이 살아야 충청권이 산다’며 청주공항 활성화를 주도했고, ② 충북은 물론, 대전·충남도 청주공항에 국제노선을 신규 개설하는 항공사에 결손금을 보전해 주는 ‘신규국제노선 개설 항공사업자 재정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③ 대전시 주도 하에 학계·재계·시민단체·언론계 등 각계인사로 구성된 ‘청주국제공항 살리기 협의회’를 구성·운영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청주공항 이용객은 무안공항의 10배 이상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대구공항은 대구시가 대구군공항 이전지역에 대한 충분하면서도 확실한 지원책을 내놓고 실시한 이전지역 공모에 군위와 의성 2곳이 경쟁적으로 지원해 군공항 이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부러운 점은, 주변 개발 포함 시 내부수익률이 최대 12.3%에 달하고, 아파트 분양까지 포함하면 최대 2조 5천억원의 수익이 기대된다는 점이다(대구시 분석). 대구군공항·민간공항과 함께 이러한 긍정적인 사업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민·관이 적극 협력해 올 연말까지 SPC를 설립할 계획이다.
광주·전남과는 너무 다르고 우리가 너무 뒤쳐저 있는 실정이다. 이는 광주시와 무안군이 ‘지방의 세계화’라는 세방화에 둔감한 탓이라 생각한다. 광주시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광주·전남 상생 차원에서 약속한 민간공항 선 이전 약속을 저버렸다. 140만 대도시에 공항이 입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관문공항은 시민의 편리성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논리다. 국내외 대부분의 도시의 관문공항이 안정성을 고려하여 30k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은 광주의 글로벌 관문공항이다. 부디 광주시에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의 관문공항인 청주공항과 대구신공항 활성화 과정에서의 대전과 대구의 역할을 벤치마킹해 민간공항 이전을 시작으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무안군의 군공항 이전 결사반대에는 소음 등의 피해 때문에 일정 부분 이해되는 점도 있지만, 10만 도시로 시 승격을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2025년 우리나라 공항 가운데 유일하게 KTX기 진입하는 것을 계기로 항공기정비지원센터(MRO)와 항공특화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한반도 서남권의 거점공항으로의 도약을 강구함과 동시에 서남권의 물류중심도시로 비약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자칫 무안국제공항이 활성화되지 못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천공항과 가덕도공항의 2원체계에 동조해 버리고, 직선거리로 100여km 떨어져 있는 새만금공항 건설의 빌미를 제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도지사가 큰절한 이유를 재인식해야 한다. 세방화시대 무안국제공항이 살아야 한반도 서남권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