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명자 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이사장 |
세상을 배우는 일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을 포함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뇌 의식에 축적하여 세상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마련한다. 특히 책을 읽는 과정 중에 뇌는 수많은 활동을 하느라 분주하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이해 활동을 하고, 숨어 있는 의미와 글 속에 담기지 않은 내용까지 파악하는 유추와 추론 활동을 동시에 행한다. 나아가서 인물이나 상황을 분석하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방향성을 진단하는 비판적 활동, 이외에 이 책에서 느껴지는 문제점을 인지하여 해결책을 찾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내는 창의적 사고까지 진행한다.
유·초등기의 배움 활동은 세상을 통찰해 가면서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데 밑바탕이 된다. 이는 중고등학교 때 지식을 습득하는데 촉매 역할을 하고, 자신의 지식을 구조화하는 중심 역할을 하기도 하고, 평생을 살아가는 내내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 어릴수록 독서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독서의 대부분을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정보나 문화 콘텐츠에 접근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정보로 재생산해서 다양한 통로로 전달하는 행위는 미디어리터러시의 총체적 개념이다. 미디어는 구석기 시대에 동굴이나 바위에 새긴 그림에서 출발하여 문명의 발달 과정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왔다.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디지털미디어리러터시로 개념을 통칭할 정도가 되었다. 때문에 초·중·고등학교에서 디지털 교육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디지털 문해교육이나 디지털 활용 교육, 정보통신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강화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보이지 않는 정보 전쟁에 승자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임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광주와 전라북도 교육청에서는 중학생들에게는 노트북을, 고등학생들에게는 태블릿피시를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노트북을 학생 수만큼 구입 했다. 노트북을 지급하면 학생들의 디지털 사용 능력이 커질 것이며,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을 것을 의심치 않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지급 받기를 거절하는 학부모들이 50%가 넘었다. 억지로 지급하더라도 사용하지 않은 채 중등 1학년 기준으로 고등 졸업할 때까지 방치된 채 낡아갈 것이다. 대다수의 중고등학생들은 이미 노트북이나 태블릿피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 낭비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현재 지급 받고 사용 중인 학생들은 불법 사이트나 접근 금지 된 사이트도 쉽게 뚫고 들어가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학생들이 접속했을 때 매우 위험한 스포츠 도박사이트 ‘토토’는 청소년기를 초고속으로 어둠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어버린다. 호기심으로 접속해서 한 번만 해보자는 요량으로 시작한다. 처음에 수익을 남기니 돈을 빌리거나 훔쳐서 도박 자금을 키워 도박을 하다가 엄청난 빚을 진다. 채무를 면하기 위해 절도나 해서는 안될 일까지 저질러 미래를 담보 잡히고 만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어두운 사회에 너무나 어린 중학교 학생들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문해능력 확보의 이유로 아날로그식 사고력과 탐구력이 약화 되는 현상은 교육에서 매우 위험하다. 이 때문에 교육선진국인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그 외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모바일 사용 제한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또는 서서히 추진하고 있는 아놀로그식 교육으로의 회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사용이 높은 현재, 초등학생들의 읽기 문해력의 저하는 물론이고, 의사소통 능력, 맥락적 사고력, 분석과 비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의 인지 능력에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다.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 보고, 배경과 상황을 상상하며 기쁨의 빛을 맛보는 독서활동은 미래인재를 키우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또한 종이책을 넘기고, 종이 노트에 글씨를 쓰는 작업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 전두엽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좌뇌와 우뇌가 분주히 움직이면서 생각 주머니를 키우는 교육 방향이 바로 서야 디지털 교육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