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동의할 수 없는 ‘3개 노동센터’ 예산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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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동의할 수 없는 ‘3개 노동센터’ 예산 삭감
‘약자 복지’ 외면한 가혹한 처사
  • 입력 : 2023. 11.13(월) 17:49
광주시가 비정규직과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의 노동환경을 지켜왔던 3개 노동센터의 내년 예산을 삭감키로 했다. 신자유주의가 만연한 지금 산업현장에서 사회적 약자의 노동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약자 복지’를 외면한 가혹한 처사다. 지방정부의 예산감축을 이유로 청소년과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관을 우선 희생시키겠다는 광주시의 고육책이 안타깝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내년도 광주노동센터와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 등 광주 3개 노동센터의 예산이 최고 30% 가까이 삭감된다. 이에 따라 노동센터의 노동조합설립 지원과 비정규직지원센터의 비정규직 권익단체 구성, 청소년노동인권센터의 인사노무컨설팅 등이 사라지게 됐다. 주요 사업도 상당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정책 연구와 실태 조사 사업도 이관된다.

광주노동센터를 비롯한 3개의 노동센터는 비정규직과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의 노동환경을 돕는 보루였다. 특히 지난 2016년 문을 연 광주청소년인권센터는 개소 이후 지난해까지 4000여 명의 청소년에게 법률 상담을 펼치는 등 청소년의 노동환경 개선에 기여해 왔다. 비정규직지원센터 또한 같은 일을 하지만 월급은 절반 수준만 받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 법적 테두리 밖에서 노동자로 불리지도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듬으며 ‘비정규직 없는 더불어 사는 광주’를 위해 노력해 왔다.

아무리 예산 때문이라지만 우리 사회의 약자를 위한 예산을 삭감한 것은 ‘새로운 광주시대’를 거스르는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광주시는 지금이라도 이들 기관이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한 사업에 대한 예산을 늘리지는 못할 망정 줄여서는 안된다. 국가나 사회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이들을 외면한 채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도시 광주’를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