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현 팀장 |
기세와 위력이 대단하다. 5000년 한반도 역사에서 이렇게 코리아의 위상이 높은 적 없었다. 한국과 한국인, 한국문화가 떨쳐 일어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국뽕’이 넘쳐나는 시대다. 아무리 겸손을 앞에 뒀더라도 K-열풍은 남녀노소 불문 지구촌 대세다.
이런 가운데 한국문화의 힘을 세계에 가장 먼저 강렬하게 내보인 것은 뭘까.
일찍이 여러 문헌과 저명한 이들로부터 공식화된 것이 바로 강진에서 생산된 비색청자다. 가까이는 프랑스의 유력지 로몽드의 기자가 한국의 3대 보물, 또는 가치로 푸르른 한국의 가을 하늘, 다산 정약용과 그 가르침, 고려청자를 지목했다.
시·서·화는 물론 도자기에 관해서도 군계일학의 경지에 올랐다는 송나라 휘종은 ‘궁중에서 사용하는 백자그릇들을 치우고 모두 청자그릇으로 바꾸라’고 지시했고 ‘청자는 고려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고 전한다. 빛깔 때문이었다. 송나라는 청자 제조비법을 다른 나라에 절대 알려주지 않아 송의 자기는 ‘비색(秘色)’이었으나 고려의 그것은 ‘비색(翡色)’이었다. 물총새의 색깔을 닮았다 해서 그렇게 불렀다.
여기에 더해 강진(고려시대 당시 탐진)은 신라 때부터 토기를 만들어 온 고장이라 흙을 다루는 기술이 다른곳 보다 뛰어났다. 강진에는 도기를 빚는 기술이 축적돼 있었고 청자 비색을 내는 태토가 많았기 때문에 다른 지방을 압도했다. 개경 왕실에서도 강진 가마들을 관요로 인식할 정도였다.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은 귀국한 뒤 휘종에게 올린 보고서 ‘선화봉사고려도경’에 도기항아리(陶尊) 조(條)에서 그림을 그리고 설명했다. ‘도기의 색이 푸른 것을 고려인들은 비색이라 한다. 근년 들어 제작이 공교해지고 광택이 더욱 아름다워졌다’고 썼다.
도기향로 조에서도 고려의 사자 모양 뚜껑의 향로를 소개했다. ‘산예출향 또한 비색이며 위에는 쭈그리고 앉은 짐승이 있고 아래에는 연꽃이 그것을 받치고 있다. 여러 기물 가운데 이것만이 가장 정교해서 빼어나다’고 밝혔다.
산예출향이란 사자 모양 입에서 연기가 나오도록 조각한 향로라는 뜻이다. 연례연의(燕禮燕儀) 조에서는 ‘그릇은 금이나 은으로 도금한 것이 많고 청자는 값진 것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연례연의란 사신들의 식사 혹은 만찬석상을 뜻한다. 거기에도 최상품의 강진 청자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는 내용이다.
‘선화봉사고려도경’은 송나라 장사꾼들이 구입해 간 강진 청자가 황실에서 인기를 누리는 중에 나라의 정식보고서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남송 학자 태평노인의 ‘수중금’에서도 고려비색 즉 강진청자를 언급했다. 태평노인이 세상에서 최고인 것만을 소개한 ‘천하제일’ 편이 있다. 청자는 고려비색, 벼루는 단계의 벼루, 백자는 정요의 백자, 낙양의 모란꽃, 건주의 차, 촉의 비단 등을 꼽았다.
청자는 고려와 송이 같은 시대 생산했지만 그 최고 정점인 비색청자는 강진만이 유일하게 만들어 내며 이름을 높였다. 지금은 고려청자박물관 등 관련기관과 민간 요들이 빛깔을 복원하고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진군이 주관하는 각종 축제나 행사, 특별한 날, 대구면 청자판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정부 공식 선물이나 민간기업 등에서 국제대회를 치를 때 트로피나 기념품으로 등장하는 고려청자. 강진이 K-컬처 원조인 비색청자의 본고장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