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희 아동문학가 |
모두 o를 썼다면 반납한 초콜릿 1개와 보너스 1개를 모두가 받을 수가 있다. 만약, o와 x가 갈렸다면 더 적은 쪽이 초콜릿을 나눠 갖는다. o와 x 수가 같다면 x가 초콜릿을 가져간다.
수업시간에 이 게임을 하고 보니 초콜릿을 많이 가진 모둠과 초콜릿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모둠으로 갈라졌다.
마지막에 초콜릿이 한 개도 남아 있지 않는 모둠이 안쓰러워 친구들과 초콜릿을 공평하게 나누어 먹자고 제안했더니 그것은 게임의 법칙에서 어긋나는 일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힘들게 노력한 대가를 나누어 주면 게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경쟁을 배우고 있었다. 친구를 신뢰했다면 모두 똑같이 초콜릿을 나누어 먹을 수가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신뢰를 할 수 없는 모둠이 나오면서 질서는 깨지고 약삭빠르게 행동한 모둠이 초콜릿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게임을 통해 경쟁보다는 신뢰를 쌓을 수 있고, 함께 하게 하는 놀이였는데 아이들은 놀이를 떠나 경쟁의 마음을 먼저 심었다.
수업시간에 이러한 활동을 통해 믿음을 심어 주려고 했는데 아이들에게 경쟁심만 북돋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하나를 더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는 능력을 드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었는데 말이다.
부모들은 사회성이 높은 기준을 여러 사람을 리드하는 사람이나 많은 사람과 잘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리드하는 역할에 있어서 제멋대로 이끌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매너가 없거나 유난스럽게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염려해 본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그림책에는 부족한 다섯 친구가 있다. 첫 번째 친구는 배에 큼직한 구멍이 들어 있고, 두 번째 친구는 몸이 꼬깃꼬깃 주름져 있다. 세 번째 친구는 몸이 물렁물렁해서 힘이 없어 늘 피곤했다. 네 번째 친구는 모든 게 거꾸로다. 코끝은 땅을 향하고, 발은 하늘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친구는, 음……. 뭐라고 해야 할까 팔다리가 짧고, 몸은 찌그러진 커다란 공처럼 생겼다. 그야말로 엉망진창 못난이였다. 다섯 친구는 덜컹거리는 집에서 서로 못난 것에 대해 입씨름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한 차림을 하고 완벽한 친구가 찾아와서 다섯 친구들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경쟁은 서로를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부추긴다.
다섯 친구는 자신들의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 위하고 미워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살뿐이다고 말하자. 완벽한 친구는 조금 부족한 다섯 친구들이 쓸모가 없다며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섯 친구는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작은 것에 기뻐할 줄 알고 주름 사이사이에 추억도 간직할 줄 알고 작은 것을 해내면 함께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본 완벽한 친구는 채울 것이 없어 바보가 된 기분을 느꼈다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걱정하는 친구도 있고, 너무 완벽하다고 뻐기는 친구도 있다.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당당하고 멋진 자신을 가꾸며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멋진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라는 그림책 이야기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고민하는 것, 내가 향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면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가슴으로 산다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좌절하거나 큰 타격을 받지 않고 그 상황을 헤쳐 나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반문해 본다.
대부분, 부모들은 친구들과 경쟁 심리를 일으키고, 내 아이가 뒤처지는 느낌을 받으면 조바심을 낸다. 내 아이만 뒤처지지는 않은가 하고 고민이 더 깊어진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통해 모둠과 협동하거나 갈등이 생기면 스스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도록 연습하면서 사회성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경쟁보다는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사회 속에 경쟁을 심어 주기보다는 상황을 극복하는 힘을 키워내는 일에 우리 어른들은 더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아주 조금씩 관계의 폭을 넓혀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