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만호> 순천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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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김만호> 순천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을 축하하며
김만호 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입력 : 2023. 11.09(목) 14:20
김만호 책임연구위원
20년 전 11월10일, 순천기적의도서관이 개관했다. 도서관의 건립은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그 과정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민간단체인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함께 참여하였고, 도서관의 설계는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담당하였다. 그는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소장하고 읽기 위한 공간으로 한정짓지 않고 지역 문화시설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설계하였던 것이다. 또한 도서관의 공사비는 시민단체, 방송사 뿐만 아니라 순천시, 전국의 시민들, 중소기업의 후원금을 모아 충당했다. 이렇듯, 순천기적의도서관 건립 과정의 면면을 보면 정말 많은 이들의 기대와 바람이 합쳐진 그야말로 ‘기적적’인 개관이었다.

기적의도서관은 어린이 ‘전용’ 도서관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특히 만1세 안팎의 유아들에게도 도서관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린이 전용 가구와 난방이 되는 마루방 형태의 자료실, 공간별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이 친근하고 흥미로운 장소로 느낄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도서관의 운영은 또 어떠한가? 순천기적의도서관은 지역사회의 민간 인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꾸려져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하시는 ‘책나라지킴이 선생님들’은 내 아이만 보듬는 부모가 아니라, 순천시 전체 아이들의 엄마아빠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도서관 바로 옆에 기적의놀이터 제7호 ‘book적 book적’이 문을 열어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 같다. 현재 도서관 앞길은 ‘기적의도서관길’로 명명되어 있는데, 이러한 모습들을 종합해보면 순천에서 기적의도서관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아 보인다.

작년에는 어린이날 100주년이었기 때문에, 전국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연이어졌다. 예상대로 순천은 조금 달랐다.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는 ‘순천 어린이 선언문’을 발표한 것이다. 42개 초등학교 1만7000명이 참여하여 제정된 이 선언문은 그야말로 순천이 어린이 문화정책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고스란히 증명해 보였다.

개관한지 스무해가 되었으니 순천기적의도서관도 어느새 성인의 나이가 되었다. 이렇듯 20년전에 세워진 기적의도서관은 옛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생동하면서 순천과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 나갔다고 생각한다. 소위 ‘나잇값’을 충분히 하고 있다.

기적은 기적을 낳는다고 했던가. ‘기적의도서관’이라는 브랜드는 순천을 포함하여 현재 전국 17곳에 세워져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뿐만 아니라, ‘기적’이라는 도서관 브랜드는 ‘기적의놀이터’로 확산되었다. 현재 7호 놀이터까지 조성된 기적의놀이터는, 놀이터의 주인이 아이들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기존의 정형화되고 형식적인 놀이터의 틀을 벗어나 아이들과 주민, 전문가, 행정이 직접 놀이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순천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을 축하드린다. 20년 전에 새롭고 신선했던 도서관의 시설과, 운영 방안, 각종 프로그램들은 어느새 대한민국 어린이도서관 건립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순천기적의도서관은 기적을 전국에 전파했고 기적을 일상으로 만들어 냈다.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책을 읽고, 꿈을 키워나아갈 때 우리의 미래도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 제공하는 2022년 공공도서관 통계에 따르면, 전남 지역의 어린이(전용)도서관은 순천기적의도서관, 목포어린이도서관, 광양희망도서관 이렇게 세 곳 뿐이다.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순천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이 전남 지역 어린이도서관 건립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 11월11일까지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는 20주년을 기념하는 ‘책책책 책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우리 모두 발걸음을 순천으로 옮겨 ‘book적 book적’함을 충분히 느껴봄은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