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인 위원장은 ‘징글징글한 전라도 사람’이다.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은 3·1운동에 참여했고, ‘순천의 검정 고무신’이라 불렸다는 아버지 휴 린튼은 6·25 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다. 인 위원장도 1995년 아시아자동차에서 생산되는 미니버스로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 1980년에는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시민군과 외신 기자간 통역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력을 차치하고라도 총선이 5개월여 남은 긴박한 상황에서 인 위원장의 혁신위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인 위원장이 언급한 ‘통합’에 대한 회의론도 높다. 당장 호남은 대통령과 광역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냈지만 잇따른 호남 홀대로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국민의 힘에 변화와 혁신을 이룬 다는 것도 정치력이 부족한 인 위원장의 리더십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길이다. 보수와 친일로 각인된 국민의 힘의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인 위원장은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당을 바꾸고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 위원장부터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예산이나 인사 같은 지역과 사람에 대한 사소한 배려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통 큰 정치력도 필요하다. 호남이 원하는 것은 상식과 통합의 정치, 뺄셈이 아닌 덧셈의 정치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