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다은 시의원 |
정부는 독립운동을 이끈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고 보수정권에서 시작된 정율성 기념사업의 타당성을 문제 삼으며 시대에 맞지 않는 이념 갈등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뿐인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장관 인사를 강행하고, 극우 인사를 방송사 요직에 앉히며 언론장악을 시도하면서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여당은 대통령실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5·18민주화운동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필자는 추석 전후로 중앙에서 벌어지는 정치 상황을 보면서, ‘역사적 정의’와 그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광주와 5·18은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고민하게 됐다.
홍범도와 정율성을 둘러싼 정쟁을 보면서 역사적 정립이 끝난 사건이라도 시간이 흐른 후 정치적 상황이 변화하면 언제든 다시 폄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아직 진상규명이 완결되지 않은 채 수시로 이념 갈등과 정쟁의 대상이 되고 마는 5·18은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 5·18은 극우에 가까운 정치세력으로부터 집요하고 악랄한 위협을 받고 있고, 그런 역사 왜곡 행위를 자행하는 사람들은 책임 추궁은커녕 보수정권하에서 요직에 오르는 영화를 누리고 있다. 5·18 폄훼 전력을 지닌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가 공영방송 KBS 이사가 됐고, 역시 5·18 폄훼 인사로 평가되는 차기환 변호사는 최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가 된 것이다.
모두 정부여당의 결정이었다. 수많은 판결이 존재하고 왜곡처벌법까지 만들어 지켜내고 있는 5·18의 위상을 고려하면,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광주와 5·18은 다가온 위험에 대처할 수 있을까?
지난해 5·18 공법 3단체가 출범한 이후 5·18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혼란에 빠져있다. 공법단체가 출범하면 지위가 격상되고 조직이 안정돼 5·18정신 계승과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공법단체는 폭로와 고소 고발을 이어가고 있고 시민단체와의 갈등은 깊어 질대로 깊어졌다. 그 와중에 공법단체는 보훈부의 첫 감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이 되면 결과 발표를 해야 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안팎으로 시끄럽다.
필자는 현시점에서 광주공동체가 얼마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상황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친명’과 ‘비명’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힌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헌법으로 보장된 ‘불체포 권리’의 본지를 생각하기보다 서로 공격하기 급급했다.
정부여당은 이런 상황을 즐기며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내부에서 분열과 혼란은 정부여당만 좋은 일이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강성 지지자들은 프레임 속에서 의원들에게 자기검증을 강요하며 극한 갈등을 이어갔다.
광주의 총선 선거판에서는 일부 현역의원들을 상대로 도전장을 낸 출마자들와 지지자들이 확인되지 않고 확인할 수도 없는 사실을 두고, “어떤 의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졌다더라”라는 식의 가짜뉴스를 만들어 본인들의 선거운동에 이용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부에서 갈등을 촉발시켜 정상적인 대응 능력을 무력화시키고 누군가는 그 혼란을 이용해 야금야금 자기 이익을 챙기는 모양은 아수라장과 같아 보였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았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민주당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광주와 5·18이 굳건히 중심을 잡아가길 희망한다. 원칙에 입각한 정공법으로 산적한 오월문제와 광주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보길 소원한다.
5·18의 미래와 오월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란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말보다 광주와 5·18의 미래를 위한 말을 해야 하고, 그런 말들을 모을 수 있는 공간에 함께 모여 또 다른 말을 이어가야 한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날카롭게 다듬고 있는 ‘말’을 내려놓고 서로 악수를 청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굳건히 손잡고 광주와 5·18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때 오늘날 혼란한 정치 상황 속 광주와 5·18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