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려”… 맥줏값 인상에 서민도 상인도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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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또 올려”… 맥줏값 인상에 서민도 상인도 ‘푸념’
업계 1위 오비맥주 출고가 6.9% ↑
타 주류업체들 ‘도미노 인상’ 예고
소비자 “각종 물가 상승에 부담 커”
주점·음식점, 판매가격 반영 고심
  • 입력 : 2023. 10.17(화) 15:50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오배맥주가 최근 맥주 출고가를 인상한 가운데 17일 광주 동구의 한 편의점 주류코너에 국산 맥주가 진열돼 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 편의점에 들러 4캔에 1만원인 맥주를 사 들고 집에 들어가는 게 낙이었는데 이젠 4캔에 1만원짜리는 찾아보기 어렵네요.”

평소 ‘혼맥(혼자 맥주를 마시는 행위를 이르는 표현)’을 즐긴다는 직장인 김예빈(26)씨는 “요즘 모든 게 비싸졌는데 맥주 가격까지 올라 상심이 크다. 서민들의 가장 저렴한 스트레스 해소제인데 주점에서도 집에서도 평소처럼 마시기가 부담스러워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주류업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맥주 출고가를 인상한 가운데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도 주류가격을 올리는 도미노 인상이 우려되면서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던 소비자와 매장내 맥주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오비맥주가 카스, 한맥 등 맥주 제품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다만 마트, 편의점 등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은 종전 가격을 유지한다. 오비맥주는 원자재값과 제반비용 상승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타 주류업체들은 현재까진 맥주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주원료인 홉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 만큼 선발대인 오비맥주를 따라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월29일 국무회의에서 주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면서 맥주 등 주류가격이 대폭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해 맥주 핵심원료인 홉 생산량 감소로 맥주 가격이 또다시 인상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기후변화 여파로 유럽 지역의 홉 생산량이 2050년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홉을 전량 수입하는 국내 주류업체들의 맥줏값 인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비맥주를 시작으로 주요 주류업체 맥주 출고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우려되면서 주점·음식점 등 도매 납품가도 인상돼 자영업자들도 매장 내 맥주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대다수 광주지역 주점·음식점 주류 가격은 5000~6000원 사이로 형성돼 있다.

광주 광산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저희 가게 주류 가격은 5000원이다.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남기기 위해 6000원에 팔고 싶지만, 소맥 한잔 만들려면 1만2000원이 들게 되니 주류 납품가가 올라도 5000원을 고집하고 있다”며 “업계 1위가 출고가를 올렸으니 다른 업체도 당연히 주류값을 올릴텐데 판매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올리기에는 너무 힘들다.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12년째 조선대 후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학생들의 얇은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그동안 주류가격을 4500원으로 동결해 왔지만 다음 주부터 도매 납품가가 카스 한 박스(20병)에 5000~7000원이 올라 내년부터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며 “그마저도 대학가 특수성을 생각해 500원 올린 5000원으로 책정할 생각이다”고 푸념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