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언 연구원 |
필자는 그동안 축구장보다는 야구장을 더 자주 찾았었다. ‘광주는 곧 해태 타이거즈’로 통하는 지역 정서와 어렸을 때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응원해왔던 해태 타이거즈의 원조 팬으로서의 응원이 KIA 타이거즈로까지 이어졌다. 야구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이것이 우리 팀의 승리와 연결될 때면 묘한 희열이 느껴지곤 했다.
그동안 가끔은 광주FC 축구 경기도 관람했다. 축구 경기장은 야구장의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응원단장도 없고,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특별히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 말고는 관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그리고 무엇보다, 광주FC가 승리하는 경기도 매우 적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볼 만하니 한번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가까워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축구전용구장은 이전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관람했을 때와는 매우 다른 박진감과 스릴이 느껴졌다. 광주FC의 경기력 향상도 나를 축구장으로 이끌었다. 광주FC는 K리그1과 K리그2를 오가다 작년엔 K리그2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는 ‘돌풍의 팀’으로 떠올라 당당히 K리그1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광주FC의 성적이 올라가니 자연스레 경기장의 분위기도 좋아졌고, 관중도 점차 늘어 이제 광주FC 경기는 매진되거나 좌석 대부분이 채워지고 있다. 아무 때나 관람이 가능했던 경기에서 예매를 서두르지 않으면 직관이 불가능한 경기로 바뀌었다. 주로 주말에 펼쳐지는 경기엔 가족 단위로 오는 관중이 많다. 광주FC의 성적 상승과 함께 협찬사도 늘고 이벤트도 다양해졌다. 이기는 경기가 많다보니, 경기가 끝나면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며 기분좋게 귀가하고 다음 일주일이 즐거워지는 스포츠 이벤트 효과도 경험하게 되었다.
매번 축구장을 찾을 때마다 우리 지역에서 열심히 축구하는 유소년 축구단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경기 진행을 돕는 볼보이 등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수행하는 어린 축구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광주 출신 프로축구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돼 다른 선수보다 주전으로 뛰는 시간과 횟수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게 됐다.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나상호 선수,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엄원상 선수는 금호고와 광주FC를 거쳐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현재 광주FC에서 뛰고 있는 엄지성과 허율 선수도 조만간 국가대표급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광주FC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경기 외적인 볼거리다. 지난 경기엔 하남중앙초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이 멋진 플래카드를 제작해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에 시민구단으로서 광주FC의 역할이 최선을 다한 멋진 경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심어 주고,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돕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더해 시민구단으로서 광주FC의 구단주인 강기정 광주시장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는 광주 시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장에 끝까지 남아 선수 및 코칭 스태프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 패배의 아쉬움을 함께 나누는 모습은 시민과 광주시장이 축구로 한마음이 되는 좋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
광주FC는 올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을 세우며 정규 라운드를 마무리하였다. 이제 리그 3위까지 주어지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디펜딩 챔피언인 울산 현대를 비롯한 파이널A 진출팀들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광주시민이자 광주FC의 팬으로서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상대가 누구든, 심장이 뛰는 한 광주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