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귀임 전 교사 |
파란하늘은 흰구름을 안고 다가온다. 포근한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과, 생명의 젖줄인 단비도 뿌려 주고, 꽃속을 넘나들며 꿀을 찾는 벌나비들도 꽃밭을 보살피고 돌본다. 얼마 전에, 화단 가득히 꽃대가 올라 오면서 그끝에 정열적인 꽃무릇이 불붙듯 피어났다. 꽃대가 30~50 ㎝로 끝에 5~6개정도 피는 성미 급하고 눈치빠른 꽃이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 애절한 사랑이란다.내 키만큼 자란 봉숭아는 화단을 장식하는 꽃으로 오래 보려면 4,5, 6월에 씨앗을 뿌리면 초여름 부터 서리가 내리는 시기까지 꽃을 피운다. 씨앗을 뿌린뒤, 3주정도 지나면 옮겨 심고, 조금 많은 양의 씨앗을 심되, 비가온 직후나, 비올 때가 옮겨심기 좋다. 꽃모종이 많아서 이웃집에도 나눠주고, 가꿀때 유의 사항도 일러주었다. 내가 초등학교시절, 우리집 장독대 밑에는 우리언니를 닮은 봉숭아꽃이 소담스럽고 곱게 피었다. 언니가 새빨간 봉숭아꽃잎을 따서 넓적한 돌위에 놓고 백반, 숯, 소금을 넣고 돌로 콩콩 찧어서, 언니랑 나랑 잠자기전에 봉숭아 꽃물을 들였다. 피마자잎으로 야무지게 싸서, 실로 꽁꽁 동여매고, 하룻밤을 자야 꽃물이 든다. 일곱 빛깔로 화려하게 수놓은 옥상위 우리집 꽃밭은 무지개빛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울 뿐더러, 제법 운치가 있다. 봉숭아 꽃말은 부귀, 아이같은 마음씨,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다. 한해살이 덩굴식물인 나팔꽃은 붉은색, 파란색으로 피고지는 식물이다. 물체나 꽃대를 왼쪽으로 3m 정도 감고 올라가는데, 이른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야만 싱글벙글 웃는꽃과 윙크를 할 수 있다. 꽃말은 기쁨, 결속, 허무한 사랑이다.?
봄, 여름,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는 큰금계국,접시꽃, 채송화,금송화,분꽃, 백일홍,수국, 해바라기가 피고지며 내 귀염을 듬뿍받는 꽃들이다. 유별나게 폭염과 폭우가 기승을 부렸는데 잘 참고 견뎌준 옥상위 식물들이 참 대견스럽고 기특하다. 연달아 예쁜 꽃들이 피고지는 우리집 꽃밭에다 시원한 물줄기를 뿌려주면, 마냥 좋아서 꽃대를 흔들며 향기로 바로 화답하는 사랑스런 꽃들이다. 꽃들이 주는 행복감은 꽃을 가꾸는 순수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부지런히 돌보고, 정성들여 가꿔주어야 한다. 가꾸는 마음에서 정성을 배우고, 꽃을 바라보는 기다림도 배운다고 한다.
집앞에 보이는 가로수에 알록달록 가을옷을 갈아입히더니 가지에 달린 나뭇잎들이 한잎두잎 낙엽이 되어 바람과함께 땅위를 구른다. 빨간 멋쟁이 고추잠자리가 가을과 함께 익어가고, 빨간고추 위에서 맴돌며 엉덩이를 들썩들썩 흔들더니, 백일홍 빨간얼굴에 볼을 비비며, 함께 놀자고 속삭인다.
봄부터 가을까지 연달아 꽃이 피고지고, 채소가 자라는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기분이 상쾌하고 머릿속이 맑아진다. 정성과 사랑으로 돌본 꽃과 채소들을 가꾸다 보면 가슴이 뿌듯하고 내가 고와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